노무현 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언론개혁에 대한 원칙을 명확히 천명하고 구체적인 안을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노무현 정부와 언론’이란 주제로 기자협회가 지난 23일 개최한 제21회 기자포럼에서는 노 당선자가 언론정책과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데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한편 과거 정권의 전철을 밝지 않기 위해서는 집권 초기의 대응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노무현 새 정부와 신문개혁의 전망’을 주제로 발표한 박용규 상지대 방송영상문화학과 교수는 “모든 개혁이 그렇듯 언론개혁도 집권 초기에 기반을 다지지 않으면 안된다”며 “정권 인수과정에서부터 언론개혁에 대한 원칙을 명확히 하고 개혁의 구체적인 안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이와 관련 정간법 개정을 통한 소유지분 제한, 경영투명성 확보, 편집권 독립 등을 구체적인 신문개혁 과제로 꼽고 “야당이 다수인 상황에서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시민사회단체들이 국민적 공감대를 넓히고자 하는 노력을 통해 여론을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또 “공정거래법을 엄격히 적용하고 신문고시를 강화하면 신문시장 정상화가 어느 정도 가능하다”며 법개정 없이 가능한 부분부터 원칙적인 적용을 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효성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노무현 정부와 방송’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방송개혁의 관건은 방송의 전문성과 함께 개혁성과 실천력을 갖춘 인사를 방송계의 책임자로 임명하는 것”이라며 “방송계 주요 인사의 교체를 앞두고 있는 지금 시점이 방송개혁을 위해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또 “방송위가 방송의 최고 행정기구로서 위상을 확립하지 못한 이유는 강력한 행정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부조직이 아니라는 점과, 방송위원들의 전문성과 개혁성 부족에 원인이 있다”며 “방송위를 정부 조직법상의 행정기구로 만들고 방송위원들의 전문성과 개혁성을 겸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터넷과 참여의 시대’를 주제로 발표한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는 “새로운 주체인 인터넷 매체나 네티즌이 공정한 게임의 룰 속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공정경쟁질서를 만들어줘야 한다”며 “법적인 측면에서는 정간법을 개정, 언론사로서 인정을 받고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고관행적 측면에서는 특권적이고 폐쇄적인 출입기자실을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희용 연합뉴스 여론매체부 차장은 “DJ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초기에 입장을 밝히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정부가 언론개혁에 나서는 것을 언론자유의 침해로 본다”며 “권력으로부터의 언론자유는 천명하되 기업적인 부분에서는 원칙적으로 하겠다는 것을 밝힌 후 이에 따라 실천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차장은 또 “개혁을 완성하기 위해서라도 자율개혁은 필요하다”며 “언론개혁에 찬성하는 내부의 목소리를 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용익 MBC 미디어비평 팀장도 “언론개혁은 모든 개혁에 앞서 이루어져야할 선차적 과제”라고 강조했으나 언론개혁의 방식과 관련해서는 “자율개혁은 역사적으로 불가능하고, 정부가 언론개혁에 나서는 것도 기대하기 어렵다”며 “시민사회가 앞장서서 언론이 개혁하지 않으면 안되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시민사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구본권 인터넷한겨레 뉴스부장은 “현행법상 인터넷 매체는 언론이 아니다. 법과 현실 사이에 괴리가 있다”며 “법적 제도적 보완을 통해 인터넷 매체 기자도 기자실에 출입하고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책임성도 담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