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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36주년 특집 기고-왜 80년 해직 배상을 하지 않는가

신군부 정권 불법조치 낱낱이 밝혀져, 이제라도 입법해 짓밟힌 인생 위로해야

김능화  2000.11.17 21: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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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능화 신아일보 해직기자





지난 80년 정치 군인들에 의해 강제 해직된 지도 벌써 2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지금 생각해도 그들의 ‘군화발’은 무자비 그 자체였다. 39년 9월 독일 히틀러가 폴란드를 침공했을 때 그곳 유태인들을 직장에서 추방, 강제수용소로 보내 생존권을 박탈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처사였다.

우리는 지금도 그때 상처로 괴로워하건만 당시 기자 해직의 주역들은 어떤 심정인지 궁금하다. 말로는 사이비 언론인 숙청이었지만 신군부는 실제로는 자신들의 권력 장악에 방해가 되는 비판적 언론인들만 주로 선정, 언론계에서 쫓아냈으니 무엇이라 변명할 것인가. 입이 열 개라도 모자랄 일이다. 사실 지금에 와서 사과하고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당시 언론 현장에서 쫓겨난 대부분의 기자들은 30대 중반에서 40대 중반 사이였다. 한창 열심히 일할 ‘인생의 황금기’를 무자비한 군화발에 짓밟혀 떠돌이 생활로 허공에 날려보냈으니 어찌 두고두고 원망스럽지 않겠는가. 그 억울한 사연을 아무리 하소연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며, 어떤 방법으로 젊음을 보상받을 수 있겠는가. 한번 지나가면 그뿐인 생의 황금기를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뛴다. 비단 필자뿐이겠는가.

심지어 화병으로 가족만 남겨둔 채 일찍 운명을 달리한 사람도 적지 않다. 더욱이 그로 인한 어려운 생계 때문에 자녀들의 교육 기회마저 놓치고 말았으니 설상가상이 아닐 수 없다.

강제해직 언론인들의 실상은 88년 11월 국회에서 열린 언론청문회에서 그 진실이 낱낱이 밝혀진 바 있다. 그런데도 그 후 역대 정권은 집권 전 했던 말과 판이하게 달랐다. 마치 시혜를 베푸는 것처럼 착각, 집권만 하면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나 몰라라 했다. 솔직히 말해 국민의 정부가 등장하게 된 것도 민주화 운동에 누구보다 앞장섰던 언론인의 힘이 컸다고 할 수 있다. 그 한 몫을 담당한 것이 강제해직 언론인 아니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해직 언론인에 대한 배상은 시일을 끌며 인색한가.

우리는 당당히 주장하고자 한다. 우리의 요구는 어떤 시혜 차원이 아니다. 당시 5공 집권 세력이 저질렀으니 결국 현 정부가 해결해 주어야 한다. 대한민국 정부는 연속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듣건대 배상의 경우 재원 확보가 어려워 곤란하다고 한다. 그럼 다른 곳에는 예산을 뚝뚝 쓰면서 당연히 배상해야 할 예산은 그렇게아까운가.국민들은 이미 언론청문회가 끝나자마자 응당 배상 문제도 매듭지은 것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80년 강제해직 언론인 특별 배상법을 만들어서라도 지체없이 해결해 주기 바란다. 아니면 신군부의 주역 전두환, 노태우 씨가 불법으로 조성해 정부가 거둬들인 비자금으로라도 해결하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것 같다.

몇 일 전 공고된, 민주화 운동과 관련돼 강제 해직된 사람들에 대한 보상 내용은 다만 신체상 장애자나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생계비 보조 정도의 수준으로 파악되었다. 강제해직 언론인의 경우 해직 시점에서 정년 때까지의 급료 등을 현물가 수준으로 계산해 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그런데도 그런 조항은 찾아볼 수 없다.

끝으로 특별히 말해 두건대, 먼 훗날 현정부가 집권했던 시절 이 문제를 제대로 매듭지어주지 않은 점을 후회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만약 그렇게 되면 반드시 우리 언론사에 영원히 부정적인 이미지로 남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다음 정권에 가서도 강력히 요구할 것임을 밝혀둔다. 우리의 요구는 ‘당위’이지 결코 ‘억지’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