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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홍보진 깜짝인사

'지나친 파격' 우려…철학·정책보다 기능만 우선 비판도

서정은 기자  2003.02.12 14: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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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의 ‘입’인 청와대 홍보수석, 대변인, 외신담당 대변인(부대변인)이 현직 부장급 기자와 일선 기자, 아나운서 출신의 방송 연구원 등 방송계의 ‘젊은’ 인사들로 채워지면서 언론계에서도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지난 10일 새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에 이해성 MBC 베이징 특파원(부장), 대변인에 KBS 아나운서 출신의 송경희 방송영상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이 내정된데 이어 11일에는 이지현 SBS 문화과학부 기자가 부대변인 겸 외신담당 대변인으로 중용되자 ‘의외의 인물’ ‘깜짝 인사’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3명 모두 방송계 출신이고 직급과 연조가 파격적이라고 할 만큼 낮아졌다는 점, 여성이 2명이나 기용됐다는 점도 파격적이다. 본부장급의 언론사 고위 간부나 정치부 출신 등이 주로 청와대에 기용됐던 기존 인사의 틀을 크게 벗어난 셈이다.

그러나 성향과 철학을 가늠할 수 있는 굵직한 행보가 없는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어떤 배경과 구상에서 이뤄진 인선인지 파악하기 어렵고, 개혁을 대변할 만한 인물들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노 당선자의 국정 철학을 확실하게 꿰뚫고 제대로 전달할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기능적인 역할에만 초점을 맞춘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방송사 차장은 “이해성 홍보수석의 경우 노조 부위원장과 ‘2580’ 부장이었다는 경력이 언론개혁에 대한 원칙과 소신을 보여준다고 할 수 없다”며 “평범한 의외의 인물을 발탁함으로써 일부 언론과의 대결이나 충돌을 피하려는 포석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해당 방송사 내부에서도 평가와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이해성 홍보수석 내정자와 관련 MBC 보도국 기자들 사이에서는 “합리적이고 원칙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사람이기 때문에 나쁘지 않다”는 반응과 함께 “노무현 정부의 철학과 개혁 성향과는 전혀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부정적인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송경희 대변인 내정자의 경우 KBS 아나운서 출신이긴 해도 1년여간 잠시 활동한 것이기 때문에 내부에서도 “어떤 사람인지 감을 잡을 수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지현 외신담당 대변인 내정자는 대북, 대미관계 전공자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적임자”라는 평가도 있지만 “검증된 인물이 아니다”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방송사 기자들은 또 청와대 홍보 진용이 모두 방송계 출신으로구성됐다는 점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KBS 정치부 한 기자는 “방송을 잘 아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방송에 대해 불필요한 간섭을 하지 않길 기대한다”면서도 “오히려 방송에 대한 압력이나 영향력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언론사 부장 출신의 홍보수석을 필두로 청와대 홍보 진용의 연조와 직급이 낮아진 것에 대해 SBS 정치부 한 차장은 “언론사 간부, 특히 국장급 이상 간부들이 취재 채널을 구축하기 어려워 질 것 같다”며 “간부들도 당황해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서정은 기자 punda@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