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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광풍' 언론이 기름 붓고 물 붓고

사행심·한탕주의 비판하며 인생역전 등 과열 조장

박주선 기자  2003.02.12 14: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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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첨금이 수백 억원이라고 강조하면 평범한 시민이 호기심 이상의 기대를 갖지 않을 수 없다.”(동아일보 8일자 독자편지)

‘로또 열풍’에 언론이 가세했다는 비판이 높다. 스포츠신문 뿐만 아니라 대다수 공중파 방송뉴스, 종합지에서 1등 당첨자, 1등 예상 당첨금, 일일 판매액 등을 연일 중계보도 하면서 과열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은 사설, 기획기사 등을 통해 ‘사행심 조장’ ‘한탕주의 만연’ 등을 지적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당첨금 추이를 좇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방송의 경우 SBS는 로또복권 추첨일인 지난 8일 8뉴스에서만 ‘로또복권 판매액 사상최고 기록’ ‘로또복권, 이렇게 추첨한다’ ‘전국 로또복권 막바지 구입 열풍’ 등 3건을 보도했다. 이에 앞서서도 ‘로또복권 200억 열풍, 곳곳 장사진’ ‘공동구매·로또계 등장’ 등 비판적 시각 없이 ‘로또 열풍’을 그대로 전달했다. SBS에 비해 보도량이 적었던 KBS MBC도 ‘로또복권 65억 사상최고액’ ‘온종일 로또복권 열풍’ ‘사상최고 400억 대박 열풍’(MBC), ‘65억 대박 이후 로또 열풍 거세’(KBS) 등을 내보냈다.

신문도 지난해 12월 로또 첫 발매 직전부터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복권번호 마음대로 고르세요” 인터넷복권 로또 첫 발매’(동아) ‘로또 65억 주인공은 평범한 이웃’(한국) ‘이번주 1등 무려 100억’(대한매일) ‘“200억 맞혀라” 로또 열풍/“당첨금 사상 최고” 판매대마다 장사진’(조선) ‘설 앞둔 시민들 로또로 몰려’(국민) ‘로또 열병 하루 768억 팔려’(문화) ‘확산되는 직장내 로또 신드롬’(중앙) ‘끼니도 잊은 인생역전 행렬’(세계) 등.

스포츠신문은 아예 1면과 사회면 전체를 할애해 ‘오늘밤 돈벼락 바로 당신’(스포츠서울) ‘로또 광풍, 1등 당첨금 1000억?’(스포츠조선) ‘2등 터져라! 1등 900억 너무 부담’(스포츠투데이) ‘역술인들 ○○가 대박번호’(일간스포츠) 등 노골적으로 ‘대박심리’를 자극하고, 숫자맞추기 요령까지 소개했다.

이에 대해 한 스포츠신문 심의실 관계자는 “언론이 사행심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로또 광풍’이라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고, 경쟁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같은 보도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 교수는 지난 8일자 문화일보 기고에서 “어떤 측면에선 언론이열기를 부추긴 셈이 됐다”며 “언론 보도를 통해서 사람들은 ‘모든’ 사람들이 이번에 로또복권을 구입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자신도 반드시 사야 될 것 같은 심리적 유혹을 받게 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수백 억원 복권으로 온 나라가 들끓는데 언론이 앞장섰다. 미필적 고의를 범한 것”이라며 “언론은 보도를 통해 얻어지는 게 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주선 기자 su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