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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도올과 기자, 그리고 독자

기자칼럼  2003.02.12 14: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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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경향신문 지방자치부 기자



도올 김용옥 기자의 글이 세간의 화제다. 이 바닥은 물론이고 평소 언론에 관심이 없어 보이는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의 술자리에서도 그의 글이 안주감으로 오르내린다. 같은 술 안주감인데 먹는 사람의 입맛이 달라서일까? 그의 글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장삼이사들은 그가 쓴 ‘기사'에 찬사를 보내는 반면, 내가 아는 기자들은 그가 쓴 ‘글'에 후한 점수를 준다. 혹자는 상업주의 언론이 낳은 족보 없는 글이라고 혹평하기도 한다.

왜 일까? 왜 이렇게 다른 평가를 하는 것일까? 누구 말대로 독자들이 기사와 글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것인가? 아니면 정형화된 기사에 식상한 독자들이 형식을 파괴한 기사를 간절히 원했던 것인가?

나는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넘나드는 그의 지식이 부럽다. 그의 글을 읽는 것이 즐겁다. 나의 짧은 지식으로는 ‘기자 도올'이 미래의 신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할 수 없다. 그의 글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할 만큼 자격을 갖추지도 못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신문의 소비자, 즉 독자들은 도올의 글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요즘 독자들은 신문을 펼치면 스트레이트 보다는 해설을, 해설보다는 르포를, 르포보다는 읽을거리를 찾는다. 주부와 젊은층 일수록 실용적이고 자극적이며 새로운 것을 원한다. 도올은 독자의 관심을 끌기 충분한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그가 기자가 됐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호기심을 유발하기에 충분한데, 형식의 틀까지 깨버렸으니. 그렇다고 그의 글이 언제까지나 독자들의 관심을 독차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익숙해지거나 지루해지면 또 새로운 것을 요구할 테니까.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세월의 무게만큼 엉덩이가 무거워지고, 형식을 쫓는 입장에 서 있는 나를 포함한 내가 아는 선후배들에게는 기자 도올과 그의 글은 적지 않은 고민거리다.

독자들은 오래 전부터 정형화된 기사보다는 창의적인, 출입처 중심의 기사보다는 현장 중심의, 비판을 위한 비판보다는 건전한 비판을, 판단을 강요하는 정보보다는 판단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정보를 요구해 왔다. 그러나 과거 언론이 이 같은 독자들의 욕구를 외면해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얼마 전 술자리에서 선배가 한 말이 생각난다.

“독자는 자신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따끈따끈한 기사를 원하는데, 수습기자 외에는길거리를 헤메고 다니는 기자가 없어. 출입처가 길바닥인 기자를 대접해주면 정말 좋은 기사가 많이 나올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