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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기자의 이색 연수

"농구기자 10년 하면 코치된다?"

박주선 기자  2003.02.12 14: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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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허진석 기자 독일에서 농구코치로 활동

6개월 연수기간 동안 외도





수첩 들고 볼펜 들고 눈으로 보기만 하다가 직접 현장에서 뛰게 된다면? 허진석 중앙일보 체육부 기자는 그 느낌을 ‘제대로’ 경험하고 돌아왔다.

90년 기자생활 시작부터 줄곧 농구 담당 기자로 활동했던 그가 지난해 7월 독일 연수를 가면서다. 연수 기간 6개월 동안 쾰른체육대에서 사회체육 분야를 공부하면서 프로농구단 2군팀 코치 생활을 겸했던 것이다.

“연수의 주목적은 사회 체육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었고, 농구는 애정이 많은 분야였어요. 현장을 경험해보고 싶은 생각에 수업 외 시간을 이용해 코치 활동을 했죠. 한국에서 ‘코치’하면 생각하는 것처럼 대단한 것은 아니고요.”

그가 맡은 팀은 다국적기업 바이엘이 운영하는 스포츠단 TSV레버쿠젠의 17개 농구팀 가운데 하나로 독일의 3부 리그인 레기오날 리그에 출전한다. 여러 팀을 관장하는 헤드코치 밑에서 매일매일 선수 훈련을 시키고 시합 때 선수들을 지도하는 게 그의 역할이었다. 바이엘과의 계약은 출국 전에 이루어졌다. 92, 93년 두 차례 세계농구연맹에서 운영하는 코칭 스쿨을 이수하고 아시아코치연맹 추천서를 받아 둔 게 도움이 됐다.

물론 공부에다 코치 활동까지 6개월 내내 일과는 빡빡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쾰른에서 학교 수업, 오후에는 레버쿠젠에서 1부 리그팀 훈련 참관과 저녁 8∼10시 직접 선수 훈련, 주말엔 출전.

“필하모니 연주 한번 여유있게 듣지 못할 정도로 바빴죠. 하지만 기자로서 시합에 참관한다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잖아요. 취재할 때도 도움이 되고, 선수나 코치가 얼마나 힘든 줄도 알게 돼 배려하는 마음도 생겼어요.”

특히 허 기자의 마지막 경기 시작 전 선수들이 왼쪽 손목에 그의 이름(HUH)을 쓰고 ‘HUH’를 외쳤던 장면은 잊지 못할 추억이라고 한다. 16개팀 중 12위이던 팀이 그가 들어온 이후 6위까지 뛰어올랐으니 성적도 좋았다.

“앞으로요? 본격적으로 농구 코치가 될 생각은 없고요. 장애인과 어린이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소외되지 않고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어요.”

박주선 기자 su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