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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배 MBC사장 '아름다운 퇴장'

언론·시민운동 복귀 추측…"임명직 맡지 않겠다"

서정은 기자  2003.02.19 11: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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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배 MBC 사장(사진)의 지난 17일 전격적인 사의 표명은 자신이 평생을 걸어온 언론인과 시민운동가로서의 원칙과 소신에 따른 결단으로 확인되고 있다. 관련기사 3면

지난 2001년 MBC 사장으로 갈 당시에도 방문진의 반란이라고 할 만큼 예상을 깨고 발탁됐던 김 사장은 이번에도 돌연 사퇴 결정을 내려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MBC 내부 갈등설, 정치적 고려와 압력, 정부 요직설 등 다양한 관측과 해석이 나오고 있으나 지난 주말 김 사장을 만났던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측근들에 따르면 언론인과 시민운동가로서의 올바른 삶에 대한 고심 끝에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사표를 제출하기 전날인 지난 16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만난 김 사장은 “당분간 쉬고 싶다. 임명하는 자리에는 가지 않는다. 시민사회에서 해야 할 역할이 있다면 천천히 생각해 보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과 정권의 올바른 관계 정립, 시민운동이 나아갈 방향 등을 총체적으로 고심한 끝에 지금이 MBC를 떠나 새로운 인생을 설계할 시기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이날 모임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한 시민단체의 평화운동 노력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고, 언론개혁에 대해서도 관심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져 이같은 분석에 무게를 더해주고 있다. 한편으로는 방송계 인선이 본격화하면서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겠다는 생각도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 17일 인편으로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에 사표를 제출했다. 김 사장은 현재 출근하지 않은 채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있다.

MBC와 방문진은 김 사장의 갑작스런 사의 표명에 당혹해하면서 “2년 동안 역할을 충분히 다 했다는 판단과 후진을 위한 길 터주기로 보인다”는 입장만을 밝히고 있다. MBC 비서실측은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인 것 같다. 아름다운 퇴장으로 이해해 달라”며 “어떤 자리, 어떤 위치, 어떤 시기가 적임인지, 소명을 다 하고 있는지를 평생 고민해온 분 아닌가. 후진을 위한 길터주기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장명호 방문진 사무처장도 “사의 표명 이유를 직접 듣지 못했다”며 “‘낯선 조직에서 2년간 사장으로 재직하며 역할을 다 했으므로 이제 물러날 때가 됐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말씀하셨다는 이야기만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방문진은 18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김사장의 사표를 수리했으며 3월 4일로 예정된 주총에서 새 사장을 선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