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권상 KBS 사장이 다음달 초 조기퇴진할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MBC 김중배 사장도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개혁적인 젊은 인사가 등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게 외부로 알려진 사의표명의 변이다. 여기에 이미 임기가 만료된 방송위원장까지 감안하면 가히 방송계는 새로운 수장들로 채워지게 됐다. 신임 사장과 위원장이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쏠리면서 여기저기서 이런저런 인물들이 자천타천으로 하마평에 오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결국은 어떤 인물이 방송개혁을 이룰 수 있을 것인지를 선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는 듯 하다.
현재 방송계 내부에서는 도덕적이면서도 개혁에 적극적이고 방송을 알면서 경영마인드까지 가진, 모든 요건을 100% 다 갖춘 인물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만 지난 12일 KBS 노조는 ‘신임사장의 개혁과제’ 토론회를 개최한 자리에서 KBS 내부의 인적 청산과 관료적 조직문화를 개혁할 수 있는 인물에 우선 순위를 매겼다. 사장 1인에게 집중돼 있는 권한을 분산하고 간부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이 일방적으로 제작진에게 하달되는 방식을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공영방송을 지향하는 MBC 역시 정체성을 확보하고 외압을 막아줄 수 있는 ‘바람막이’ 역할을 해 줄 인물에 좀 더 높은 점수를 매길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문화부의 방송정책 회수 움직임에 놓여있는 방송위원회 역시 내외적으로 두터운 신망을 얻을 수 있는 인물이 수장으로 선임돼야 할 처지이다.
이같은 분위기에 맞추어 방송사 사장 선임절차를 개선해보자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방송의 막강한 영향력을 감안할 때 지금처럼 사장 임명에 정권이 영향력을 미칠 소지를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장 공모제’나 ‘이사회 구조 개편’ 혹은 ‘방송위원 선임방식’ 등이 그 대상이라 할 수 있다. KBS의 경우 국가기간 방송이라는 점에서 사장 선임시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치는 방안도 검토해볼만 하다.
방송은 국민뿐 아니라 언론계 전반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미친다는 점에서 개혁의지가 분명한 인사를 사장으로 선임해야 한다. 방송이 스스로 개혁하지 못한 채 개혁의 대상이 될 경우 시청자인 국민으로부터 외면을 받을 수 밖에 없기에 방송계 내부뿐 아니라 외부의 기대도 그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새로 선임되는 방송계 수장들은 사회 전반에 흐르는개혁흐름에 마지못해 끌려가기보다는 우선 내부개혁을 주도하고, 이어 사회 개혁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아젠다를 설정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