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언론 남북교류에도 '뒷돈'오갔나

"현금 필수"…경우에 따라 현물지원까지

취재팀  2003.02.19 11:10:03

기사프린트

사장 초청 대가로 50만달러 제안받은 곳도



정부의 대북송금 문제가 쟁점으로 부각된 가운데 언론사 대북사업의 ‘뒷거래 의혹’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측에 보낸 현금의 대가성 투명성 적법성 등이 비판의 도마에 오르고 있는 것과 관련 언론사 대북사업 역시 이같은 잣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 98년, 2002년 국회에서도 일부 언론사 방북을 둘러싼 ‘뒷돈’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실제로 언론사 방북에 관여했던 인사들은 “당시 방북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현금 지원이 불가피했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 97년 9월 중앙일보의 북한문화유적답사팀을 시작으로 물꼬가 터진 언론사 방북은 98년까지 세계일보 MBC 경향신문 동아일보 등으로 이어졌다. 97년 9월 당시에만도 개별 언론사의 방북 신청은 신문사 72건, 방송사 69건 등 총 141건에 달했다.

언론사 관계자들은 구체적인 사례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하면서도 일정 수준 현금지원의 불가피함을 인정하며 “98년 전후 언론사들이 대북사업에 경쟁적으로 뛰어들면서 방북비용이 지나치게 올라갔다”고 입을 모았다. 북측과 접촉하고 방북하는데 드는 비용, 이른바 ‘문턱비’가 초기 몇만달러 수준에서 100만달러 단위로 치솟았다는 설명이다.

언론사 방북을 추진했던 한 인사는 “당시 어느 분야이건 북측에 현금을 안주고는 사업을 할 수 없었다”며 이같은 사실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지난 98년 10월 국회에서 한나라당 이경재 의원은 “최근 언론사들이 뒷거래를 통해 거액의 자금을 뿌리며 초청장을 거래하는데, 그 금액이 건당 50만달러 안팎”이라며 “문제는 일부 언론사들의 경쟁적 방북이 언론교류나 취재목적으로 승인받은 건은 별로 없고 대부분 뒷거래를 통해 편법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모든 언론사들의 방북사업에 해당하지 않는 것일지라도, 이같은 주장을 일정 부분 뒷받침하는 사례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초기 언론사 방북사업에 관여했던 한 신문사 관계자는 “사업추진 과정에서 사장이 방문할 경우 50만달러를 달라는 제안을 북측에서 받았으나 거절했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방북사업과 관련 “접촉과정, 사업 소요비용에 이르기까지 원칙적으로 비용은 통일부에 다 신고해야 한다”며 “뒷돈을 제공했을 경우 중국 등 제3국을 통해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신고를 안하는 등의 편법이 동원됐을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한 관계자는 “지난 2000년경 북측의 요청으로 차량 등 현물을 추가 지원한 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통일부에 따르면 ‘단순 방북’이 아닌 남북교류협력사업으로 승인 받은 언론사 대북사업은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윤도현밴드 등이 참여한 지난해 MBC 공연사업과 KBS의 교향악단 공연사업, 중앙일보의 북한문화유적답사 사업과 98년 8월 방북했던 경향신문의 북한 문화재정보DB 사업 정도라는 설명이다.

통일부에 신고된 이들 언론사들의 협력사업비는 MBC 120만달러(현금 60만달러와 TV 5000대), KBS 93만달러, 중앙일보 6만5000달러, 경향신문 4만8000달러 등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에 별도로 주는 사업 대가가 있다면 협력교류사업으로 승인을 받아야 하며, 어느 정도의 대가를 주는지 내역과 합의서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