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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퇴장할 적기" 만류 불구 결단

김중배 MBC사장-시민단체 관계자 무슨 이야기 오고갔나

서정은 기자  2003.02.19 11: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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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운동은 정부와 거리둬야…평화운동 필요성도 제기



지난 17일 전격 사표를 제출한 뒤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있는 김중배 MBC 사장이 지난 주말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거취와 시민운동에 대한 소신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모임에서 김 사장은 시민운동의 방향, 정권과 언론과의 올바른 관계 정립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는데 ‘MBC 사퇴’를 결정한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표 제출 전날인 지난 16일 김중배 사장은 박원순·차병직 변호사,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 등 참여연대 관계자들과 가진 모임에서 “내가 결정한 것이 있는데 알려줘야 할 것 같다”며 말문을 열었다. “지금이 내가 MBC 사장에서 물러날 가장 적절한 시기인 것 같다”는 일종의 ‘통보’였다.

김 사장은 “당분간 쉬고 싶다”며 “앞으로 무엇을 할 지, 시민운동과 관련 천천히 할 일을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시민운동에 있어서 자신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또 “임명하는 자리에는 가지 않는다”고 말해 이번 사퇴 결정이 정치권과의 교감이나 자리 이동과는 무관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당시 참석자들은 “MBC 임기도 남아있고 중요한 시기다. 계속 활동하시는 게 어떠냐”며 만류했으나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린 김 사장은 뜻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의 사퇴가 시민운동가·언론인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고심한 끝에 내린 결정으로 해석되는 것은 이날 김 사장이 언급한 시민운동의 원칙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날 김 사장은 “시민운동가들이 정치권으로 들어가서 할 일도 있겠지만 본령은 밖에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 감시하는 것”이라며 분명한 원칙과 목표 없이 정치권으로 진입하는 행태를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사장은 시민운동이 북한 문제와 관련 평화운동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한 참석자는 “김 사장은 ‘북핵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민운동이 할 일이 많다. 시민운동이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시민사회가 평화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미국의 반전·평화운동가인 스콧 니어링의 삶과 정신을 이야기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정권과 언론은 일정한 거리와 비판이 필요하다는 원칙, 북핵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민운동이 평화운동의 구심점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판단, 언론개혁에 대한 관심, 방송계 인선을 앞두고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겠다는 생각속에 자신의 역할과 위치를 고심해온 것이 MBC 사퇴를 결정한 배경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정은 기자 punda@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