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배 MBC 사장이 지난 17일 전격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언론계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김 사장의 사퇴 결정에 대해 MBC는 한동안 당황하는 분위기가 역력했으나 정치적 고려나 자리 이동이 아닌 언론·시민운동가로서의 원칙에 충실하려는 결단으로 알려지면서 ‘아름다운 용퇴’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MBC 보도국 한 기자는 “방송사가 배타성이 강한 조직이기 때문에 그동안 개인적인 피로감이 많았을 것”이라며 “언론계 전체를 위해 새로운 분위기, 새롭게 시작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아름다운 용퇴’로 해석한다”고 말했다. MBC 한 간부는 “외부에서 들어와 많이 힘들고 외로웠을 것”이라며 “지난해에도 방문진에 사표를 제출해 재신임을 물었고, 이번에도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사임한 것은 언론인으로서의 소신과 기개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김 사장의 사퇴가 “방송계 새판짜기 신호탄”으로 해석되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MBC 노조는 지난 18일 성명을 통해 “김중배 사장이 지난 2년 동안 방송경영자로서의 일천한 경험에도 불구하고 대선 보도 등에서 외압에 굴하지 않고 언론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한 점을 평가한다”면서도 “김 사장이 정권교체기를 앞두고 돌발적으로 사임함으로써 온갖 억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에서는 ‘방송개혁의 버팀목’으로서 김 사장의 역할이 컸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김중배 사장은 지난 2001년 방문진의 반란이라고 해석될 만큼 정부 의도와 무관하게 선임돼 출발부터 관심을 모았다. 당시 방문진은 정부가 원했던 인사를 제치고 김중배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를 사장으로 선임했고 김 사장은 장고 끝에 MBC로 자리를 옮겼다. 김 사장 재직 시절 본격 매체 상호비평 프로그램인 ‘미디어비평’이 신설됐고, 지상파 DTV 방송방식과 관련 유럽식으로의 변경을 요구하는 MBC 입장에도 힘이 실렸다. 지난 대선에서는 한나라당이 편파방송을 이유로 MBC 출연을 거부하면서 갈등 국면을 빚기도 했고, 여중생 장갑차 사건에 대한 MBC의 적극적인 비판 보도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MBC 내부에서는 방송경영자로서 경험과 능력이 부족하고 힘있는 개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과 아쉬움도 적지 않지만 정치권 눈치보기나 외압에 흔들리지않았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최민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사무총장은 “김 사장이 앞으로 어떤 형태로든 방송계 주변에 남아 계속 방송개혁에 힘을 보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