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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성 함께쓰기 언론계 아직은 '엉거주춤'

점차 확산 불구 내부정서 보수적…취재원 성도 일방 표기

전관석 기자  2003.02.19 11: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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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계가 호주제 폐지운동과 함께 지속적으로 벌여왔던 ‘부모성 함께 쓰기’ 운동에 참여하는 기자들이 늘고 있다. 한겨레의 신윤동욱 강김아리 기자, 여성신문사 동김성혜 나신아령 기자, 우먼타임즈의 박이은경 기자, 오마이뉴스의 권박효원 기자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서 부모성 함께 쓰기 운동이 본격적으로 펼쳐진 것은 지난 97년 3월 세계여성의 날 기념 한국여성대회에서 170여명의 선언이후부터다. 역사가 길지 않은데다가 여성의 평등권 실현이라는 ‘운동’의 일환이어서 현재까지는 97년 이후 입사한 젊은 기자 특히 여성지나 진보매체를 표방하는 언론사 기자들만이 부모성 함께 쓰기에 나서고 있다.

남성이면서 부모성 함께 쓰기운동에 나선 한겨레 신윤동욱 기자는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조금이나마 바꿔보자는 생각에 지난 99년부터 부모 성을 함께 쓰기 시작했고 주위에 적지 않은 친구들이 양성을 사용하고 있어 정서적인 문제는 없었다”면서 “예전보다 문제의식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넓어져 부모 성을 함께 쓰는 기자들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언론사 내부의 경직된 분위기 때문에 함께 쓰던 성을 다시 아버지 성만 따르는 경우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신문사 기자는 “대학 재학시에는 성을 함께 썼으나 신문사에 들어온 뒤 선배동료들로부터 정서적인 거리감을 느끼게 돼 아버지 성만 쓰고 있다”면서 “부모 성을 함께 쓰면 대단히 진보적인 페미니스트로 바라보는 잘못된 정서가 언론사 내부에도 있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한편 부모성을 함께 쓰고 있는 인사들에 대한 성 표기도 신문사마다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가령 올해 초 서주원씨가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후 ‘시민단체 총장부부’로 화제를 뿌렸던 남윤인순 여성단체연합 사무총장을 다루면서 대한매일과 동아는 그냥 “남씨”로 표현했고 문화, 경향, 국민, 세계, 중앙, 한겨레는 “남윤씨”로 표기했다. 신윤 기자는 “취재원이 성에 대한 양성 선택권을 선택한 만큼 언론은 이를 존중해 주는 것이 예의”라고 말했다.

전관석 기자 sherpa@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