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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국가이익과 언론

장용훈 기자  2003.02.19 11: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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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훈 연합뉴스 북한부 기자







미국과 프랑스 언론은 지금 전쟁중이란다. 이라크에 대한 공격을 결정한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이를 옹호하는 미국언론, 이라크에 대한 공격을 반대하는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이를 옹호하는 프랑스 언론.

양국 언론은 이른바 ‘국익’을 내걸고 치열한 대결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들 정부가 내건 ‘국익’이라는 대의명분의 아래에는 기름 확보라는 경제적 이윤추구가 깔려있다.

1990년대 초 세계를 규정하던 냉전질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냉전질서가 존재하던 시절, 국가이익은 철저히 진영의 이익과 동일시 됐다. 미국과 프랑스 독일 한국의 국가이익은 모두 한가지였다.

하지만 냉전질서가 깨져버린 지금 세계 각국은 서로 다른 이익을 지향한다. 세계경제전쟁이라는 외국 학자의 언급을 빌지 않더라도 지금 세계 여러나라는 자국의 이익을 중심으로 사고하고 행동한다. 이라크 전쟁을 둘러싸고 보불전쟁의 경험 속에서 견원지간으로 으르렁거리던 독일과 프랑스가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럼 우리는 어떠한가.

작년 여중생 사망사건으로 시작된 ‘수평적 한미동맹’ 관계 요구와 핵위기에 대한 정부의 목소리는 비판의 표적이 되어버렸다. 미국 신문의 기사는 우리 언론의 1면 톱을 장식하면서 기사의 오류를 지적하는 한국 정부의 반론은 미국의 입장을 읽지 못하는 ‘안이함’으로 비난받았다.

핵위기 속에 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사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두단계 하향조정하자 환란의 기억을 잊지 못한 우리는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과연 무디스의 신용등급 하향조정이 정당했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찰은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이 주한미군의 재배치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중이란다. 미국의 국가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일 것이다. 전세계 미군 중 최전방에서 탱크와 중화기로 무장하고 적과 대치하고 있는 유일한 미군이 주한미군이다. 미국의 국가이익에서 주한미군 재배치를 검토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지만 우리는 그 속에서 과연 우리의 국가이익이라는 부분을 얼마나 고민하고 있는가. 일부의 주장처럼 반미 구호가 주한미군을 떠밀어내고 있는 것인가.

국가이익에 대한 지나친 강조는 자칫 파시즘으로 흐를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세계전쟁의 시대 속에서 미래를 향한 우리의국가이익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과연 우리의 국가이익은 미국의 국가이익과 한가지일까. 탈냉전 세계 각국이 각자의 이익을 놓고 전쟁을 벌이고 있는 속에서 우리의 국가이익을 고민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