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사장에 대한 정치권 ‘낙점’을 차단하고 투명한 선임절차와 검증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KBS 연합뉴스 등 공영 언론사에 대한 ‘사장추천위원회’ 구성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사장추천위원회가 언론사의 밀실·낙점 인선을 막아낼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현 제도 안에서 사장 임명에 대한 투명성을 담보하면서 최소한의 공개 검증을 할 수 있고,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이사회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미 일반 공기업의 경우 정부투자관리기본법에 따라 사장추천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영국의 공영방송인 BBC도 사장 선임에 있어 공모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와 관련 오는 3월 21일 주총에서 사장 선임을 앞두고 있는 언론노조 연합뉴스 지부는 ‘공모방식 사장선임 쟁취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사장추천위원회 구성을 통한 사장 공모제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밀실·낙하산 인사의 폐혜를 막고 공개적인 검증 절차를 도입하자는 취지다. 연합뉴스 지부가 요구하는 사장 공모제는 모집공고를 통해 사장 후보를 받은 뒤 추천위원회의 평가를 거쳐 주총과 이사회에 추천하는 방식이다.
언론노조 KBS 본부도 오는 5월 사장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KBS 이사회에 사장추천위원회 구성을 촉구할 방침이다. 언론·시민단체 학계 노조 등 언론에 대한 전문성과 식견을 갖춘 각계 인사들로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인선 기준을 정하고 철저한 검증을 통해 이사회에 복수 후보를 추천하면 이 가운데 1명을 KBS 이사회가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하는 방식이다. 만약 이사회가 추천위원회 구성을 거부할 경우 KBS 본부는 학계 시민단체 등과 함께 추천위원회를 구성, 자체적으로 이사회에 사장 후보 명단을 제출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시민단체에서도 그동안 정치권 입김에 따라 언론사 사장 선임이 이뤄지면서 정치적 중립성 시비와 논조의 공정성 등 폐혜가 심각했음을 지적하고, 사장추천위원회와 공모제 도입을 통한 투명하고 철저한 후보 검증을 촉구하고 나섰다. 참여연대는 지난 21일 성명을 통해 “권력에 의한 일방적인 사장 낙점은 언론사의 정치적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시키는 구습”이라고 지적하고 “사장추천위원회, 사장 공모제 등 투명한 선임절차와 검증제도를 도입해 KBS MBC 연합뉴스의 독립성을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오는 3월 4일 사장 선임을 앞두고 있는 언론노조 MBC 본부는 지난 21일 성명을 통해 “본사 임원과 계열사 사장들이 개인 친분과 연줄을 동원해 방문진 이사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방문진 이사들은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사장을 선임해야 하고, 노무현 정부에서도 만에 하나 MBC 사장 선임에 개입하려는 기미가 포착될 경우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언론노조 KBS 본부도 지난 24일 “공개적이고 투명한 인선절차를 무시한 채 힘있는 인사들과의 친소관계에 따라 이뤄지는 밀실 인선은 더 이상 안된다”며 “이번 KBS 사장의 인선 과정과 내용은 공영방송에 대한 기대를 새롭게 확인하는 계기가 돼야 하며 KBS 본부는 투명하고 민주적인 사장 선임를 위한 지속적인 실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