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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들에 더 이상 희생 강요 않겠다"

[인터뷰] 고희범 한겨레 대표이사 후보

전관석 기자  2003.02.26 11: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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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위주 인사 획기적 개선…윤리강령 재논의 가능





“진보적 정론지의 위상을 갖추겠다.”

지난 21일 열린 한겨레 대표이사 선거에서 새 대표이사 후보로 선출된 고희범 후보는 “한겨레 도약의 기틀을 마련하겠다”며 당선 소감을 밝혔다. 고 후보는 “연공서열을 파괴하는 능력 위주의 획기적인 인사를 실시하겠다”며 “사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대표이사가 되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논란이 거듭됐던 언론인의 정당가입활동에 대해서는 “정치활동 금지 여부에 대한 논의를 포함, 토론의 폭을 더욱 넓히겠다”고 밝혔으며 새정부에 대해서는 강력한 언론개혁을 주문했다.



-경영난으로 인해 사원들이 퇴직금을 출자전환하는 고통을 겪었다. 새 대표이사로서 경영원칙은?

“그동안 한겨레는 사원들의 희생을 강요해왔다. 선거운동 기간동안 사원들을 만나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다. 더 이상 희생을 요구한다면 그건 범죄행위다. 전력을 다해 경영에 힘쓰겠다. 그러나 돈만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신문을 잘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한겨레의 지면정체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사내외의 비판이 많다.

“권력감시 기능을 철저하게 하지 못했다. 인정한다. 비판받아야 한다. 그러나 ‘여당지’소리를 들을 만큼은 아니었다고 본다. 일부 신문들이 그들의 이익을 위해 여론을 몰아가는 분위기에서 한겨레의 역할은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파벌구조의 부작용으로 선거이후 늘 인사시비에 시달렸다. 인사원칙은.

“파벌의 근원은 지면의 방향과 사내 정책에 대한 의견차이일 뿐 한겨레의 치명적인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인사는 철저한 능력 위주로 실시할 방침이다. 연공 서열을 파괴할 수도 있다. 그동안의 인사관련 기록을 모두 검토하고 현업에서 일하는 당사자들 얘기를 많이 들을 것이다. 연공서열 파괴에 어려움이 있겠지만 새로워지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현실이다.”

-언론인 정당가입 논란은 어떻게 풀어나갈 생각인가.

“윤리강령 제정 후 15년이 흘렀다. 세상이 많이 변했고 정당가입 금지와 관련해서도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한다. 그런 상황에서 바로 (정당가입) 찬반을 묻는 투표를 실시해 사원들간에 혼란이 왔다. 취임 후 사원들의 의견을 모아서 필요하다면 강령개정에 대한 재논의를 할 수도 있다. 정당가입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언론인의 정치활동범위나 한계 등으로 논의의 폭과 범위를 넓힐 것이다. 윤리위 노사동수 구성도 반대할 이유없다.”



고 후보는 새 정부 언론개혁에 관한 질문에 “노 대통령이 지금까지 언론개혁에 대한 의지를 많이 보여왔는데 구체적인 계획이 나타나지 않아 우려스럽다”며 “빠른 시일안에 구체안을 만들어 실천해야 한다. 정간법 개정은 물론 왜곡된 신문시장 정상화를 위해 공정위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견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 후보는 다음달 22일로 예정된 주총에서 주주들의 인준을 받아 정식 대표이사에 취임한다.

전관석 기자 sherpa@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