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자들은 대체로 지방언론 육성을 위한 지원법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지방언론의 자정 노력 △불건전한 지방언론 퇴출 △엄격한 지원 기준 마련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번 토론회는 기자협회·언론재단 공동주최로 지난 19일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김영욱 언론재단 선임연구위원은 “21세기 한국 사회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역 균형 발전이 필요하다”며 “지역언론 육성을 위한 법 제정은 정당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그러나 현재 일부 지방신문사는 모기업의 사적 이익 추구를 위해 존재하는 등 사회적 폭력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에 대한 해결책이 지방언론 지원과 동반되지 않는다면 지원의 정당성은 훼손된다”고 지적했다.
이용식 경인일보 편집부국장은 “지원과 동시에 불건전한 언론을 퇴출시키려는 노력이 이루어져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며 “예컨대 최저임금도 주지 못하는 언론사는 노동법을 적용해 퇴출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역언론 육성법 제정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구하기 위해서는 지역언론 스스로 자구, 자정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지원시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영호 전 세계일보 편집국장은 “일부 지방 신문사가 모기업의 방패막이로 이용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정부 지원 조건으로 지배주주의 소유 지분을 분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한 범위에 대해서는 “1인이 절대 지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정도가 적절하다”고 제시했다.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공공성, 공익성을 담보하기 위해 어떤 기준으로 선발해 지원할 지에 대한 기준을 정하는 게 핵심”이라며 △경영 투명성 △사주에 대한 지역내 평판과 언론관 △편집권 독립을 위한 제도적 장치 △언론윤리 의식 및 기자 재교육 의지 △세금납부 실적 △지역발전 기여도 등을 기준으로 내놓았다.
일부 토론자는 정부 지원이 언론 간섭으로 연결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김영호 전 편집국장은 “정부 지원시 편집권 간섭을 못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영호 부산대 교수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언론 지원을 위한 정책 수립,집행 주체로 나설 경우 이해당사자가 될 수 있어 위험하고, 언론자유도에 대한 국제적 평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외에 김영호 전 편집국장은 “신문시장 독과점에 대한 규제없이 지방언론을 지원한다는 것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며 “일반 상품도 3개사가 시장의 75% 이상을 점유하면 독과점으로 규제한다. 신문은 독과점 기준을 50%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호순 교수는 “지역언론 육성의 대상을 지역일간지로만 하면 또다른 불균형을 낳을 수 있다”며 “시군구 단위 지역신문, 인터넷신문, 케이블TV 등에 대한 육성방안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문광위 소속의 김성호 민주당 의원과 권오을 한나라당 의원은 지방언론 육성법 제정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김성호 의원은 “한국 언론의 가장 큰 병폐는 정보독점과 시장독점”이라며 “이 문제를 해소하더라도 지방이 갖는 상대적으로 열세한 조건 때문에 지방언론을 육성하기 위한 별도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지방언론 활성화의 한 방안으로 신문공배제를 제안하면서 “신문공배제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을 정부에 적극적으로 요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가기간 통신사 육성법을 4월중에 통과시키려 한다. 한나라당과도 논의하고 있다”며 “이와 함께 지방언론사에 대한 통신료 지원 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권오을 한나라당 의원은 “지역 언론 육성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불가능하다”며 “‘지방 살리기’ 연장선상에서 이 문제를 봐야 한다. 자유경쟁체제에 근간한 사고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법안이 국회에 올라오면 성심성의껏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두 의원은 지방언론에 대한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정부 지원과 함께 지방언론은 스스로 자정, 혁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권 의원은 “지방지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중앙지와 차별화한 기사가 필요하다”고 밝히며 “신문시장의 진입이 자유로우면 합리적 기준에 따른 퇴출도 자유로워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