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가요 노래패 ‘우리나라’ 기획담당 기정환씨에 따르면 서대문경찰서 정보2계 유무수 경사는 지난달 21일 ‘우리나라’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공연 일정과 참석자 규모, 단체대표 등을 물었다. 답변을 마친 기씨가 “어디신데 그러느냐”고 묻자 ‘문화일보 기자’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는 것이다. 낌새가 수상함을 눈치챈 기씨가 발신번호에 남겨진 번호로 전화를 걸자 서대문경찰서 정보2계로 연결됐으며 기씨가 추궁하자 유 경사는 처음엔 부인하다 “발신지가 추적됐다”는 기씨의 말에 “사실은 서대문서 정보계 형사다. 죄송하다”고 시인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우리나라’가 이 사건을 인권운동사랑방 등 인권단체 게시판에 올리면서 알려졌으며 지난달 28일 문화일보가 기사화했다.
언론노조는 지난달 28일 “구태 못 벗는 경찰은 언제쯤 개혁될까”는 성명서를 발표해 “경찰의 문화일보 기자 사칭은 언론인 전체의 명예를 훼손시킨 것”이라며 “세상의 모든 것이 다 시대에 맞게 바뀌고 있지만 경찰의 구태는 변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 경사는 ‘우리나라’의 3월 공연이 자신의 담당구역인 연세대학교에서 열린다는 정보를 입수해 이 단체의 대표와 공연규모 등을 알아내기 위해 기자를 사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전화를 받은 기씨는 “단체들은 합법적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정보기관들은 여전히 음성적으로 정보를 알아내려 하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보기관의 음성적 관행이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경사는 사건이 발생한 후 서울경찰청 감찰과 자체 감찰을 받은 상태이며 징계여부는 추후 결정된다. 서대문경찰서 정보2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유 형사 개인의 순간적인 실수일 뿐 조직적인 사찰이 자행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정보를 얻기 위해 기자를 사칭한 것은 잘못한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