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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조사 언론탄압 주장 동의 못해"

에이든 화이트 IFJ사무총장-김영모 기협회장 대담

서정은 기자  2001.06.16 11: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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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4차 국제기자연맹(IFJ) 서울총회 셋째날인 13일 오전 8시 에이든 화이트 IFJ 사무총장과 김영모 기자협회 회장이 한 자리에 마주 앉았다. 이들은 1시간 동안 진행된 대담에서 서울총회 의미를 되새기고, 세계화·정보화 시대의 언론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향후 대응방안을 모색했다. 또 언론사 세무조사, 언론노조 연대파업 등 한국 언론현실에 대해서도 깊은 대화를 나눴다.





▷김영모 : 제24차 IFJ 서울총회는 21세기 첫 총회이자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총회다. 특히 정보화 시대의 새로운 언론 패러다임을 최초로 논의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전세계 언론인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에이든 화이트 : 서울총회 주제로 ‘정보화 시대의 저널리즘’을 상정한 것은 세계 정보시장 확대와 신자유주의 확산이 언론사의 고용형태와 업무방식에 급격한 변화를 가져오고 이속에서 기자들의 역할과 권리가 심각하게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지상파와 뉴미디어 등 매체간 경쟁과 갈등, 비정규직의 증가, 언론의 상업화 등은 언론의 질과 기자들의 역할 및 권리를 위협하고 있다. IFJ는 정보화와 세계화에 대한 언론인들의 적극적인 대응방안이 시급하게 모색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김 : 이번 총회 주제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의견을 나눴으면 한다. 전세계적으로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국가간 정보격차, 대자본의 정보 독점 등 갖가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이는 언론계에서도 마찬가지며 기자들에게 중대한 도전이자 이슈가 되고 있다. 신자유주의 물결로 인한 거대 자본의 독점은 대규모의 구조조정을 일으켰고 기자들은 연봉제 도입, 구조조정, 노조입지 축소 등 각종 권리를 침해받고 있다. 정보화와 신자유주의가 언론계에 미치는 영향을 심도있게 논의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신자유주의 언론에 위협



▷화이트 : 동의한다. 특히 미디어 자본의 세계화와 독점 현상은 언론의 상업화를 부추기고 언론노동자들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10여개의 미디어 대자본과 지역이나 국가 차원에서 영향력을 갖는 50여개의 준 자본들이 있다. 이들은 상당히 복잡한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으면서 미디어 자본의 독점을 강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언론은 점차 상업화로 치달으면서 기자훈련과 심층취재에 대한 투자, 전문성과 질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고있다. 정보의 질은 낮아지고 공익적인 정보를 전달해야 할 언론의 임무는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또 언론인들의 권리와 자율적인 활동까지 심각하게 침해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언론사주들은 언론노조 및 언론인 조직에 대한 탄압을 강화하고 있으며 언론인들의 근무 조건은 점차 열악해지고 있다. 언론사주들의 상업적 욕심으로 언론인의 위상이 낮아지고 사회 정의, 언론자유 등 전통적인 언론 가치가 무시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미래를 생각할 때 대단히 비극적인 일이다.

▷김 : 6월 1일 브뤼셀에 있는 IFJ 본부는 “한국 일부 신문이 세무조사를 언론탄압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거부한다”는 언론발표문을 냈다. 이런 입장을 발표한 근거와 배경은.

▷화이트 : IFJ는 세무조사를 언론탄압이라고 주장하는 한국의 일부 신문사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 우리는 그동안 각국 언론탄압에 대해 수많은 성명을 냈고 조사단을 파견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언론탄압 상황과 사례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언론사 세무조사의 경우에는 구체적인 탄압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 한국의 언론단체들은 그동안 언론사주들이 투명하고 책임있는 경영을 할 것을 끊임없이 요구해 왔으며 이번 세무조사가 그 계기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한국 시민들도 언론개혁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만약 세무조사가 언론탄압 수단으로 변질된다면 당연히 우리는 적극 항의할 것이나 이번 경우는 다르다.

또 언론사 세무조사가 언론탄압이라고 주장하는 일부 신문들이 기자협회,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노조가 정부의 언론탄압에 동조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어 깜짝 놀랐다. 한국의 언론인들은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는 부당한 권력에 맞서 투쟁해온 역사를 갖고 있는데 말이다. 그렇다면 이들 신문사의 의도란 언론개혁에 대한 논의를 국민의 관심사로부터 멀리하려는 조작이라고 밖에는 달리 생각할 길이 없다. 전 세계 민주사회에서 언론의 역할과 질에 대한 논쟁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만큼 한국의 언론사주들도 이치에 닿지 않는 주장을 접고 언론개혁을 위한 사회적 논쟁에 적극 동참해야 할 것이다.



신문개혁 투쟁 적극 지지



▷김 : 언론사 세무조사는 길게는 10년, 집중적으로는 지난 2년간 기자협회와 언개연 등이 정부를 향해 끊임없이 요구해왔던 사항이며 오랜 투쟁 과정에서 쟁취해낸것이다. 우리의 입장도 IFJ 본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싶고 이번 총회를 통해 더욱 교감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그런데 IFJ의 언론발표문에 대해 IPI(국제언론인협회) 요한 프리츠 사무총장이 지난 8일 반박 서한을 냈다.

▷화이트 : IPI 서한에 대해서는 상당히 유감이다. IPI 서한을 IFJ 집행위원들에게 나눠주고 열람했는데 단 한명도 지지하는 사람이 없었다. 발행인과 편집인들의 모임인 IPI의 이번 입장은 고용주들의 이해를 대변하면서 일선 기자들의 권리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전세계적으로 언론사주의 직접적인 편집권 침해 사례가 너무나 빈번한데도 언론자유를 말하는 IPI는 어떤 코멘트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김 : IFJ는 한국 언론운동 단체들을 지지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는 한국 언론인들에게 큰 힘이 돼 온 게 사실이다. 빡빡한 총회 일정 가운데 13일 신문개혁 쟁취를 위한 언론노조 연대파업에 30여명의 지지단을 파견한 것에 감사한다.

▷화이트 : 한국 언론인들의 신문개혁 투쟁에 더 많은 성원과 지지를 보내고 싶었다. 총회를 연기하고 모든 참석자가 13일 투쟁에 합류하자는 의견이 나올 만큼 한국기자들에 대한 전세계 언론인들의 지지 열기는 뜨겁다.

IFJ가 강력한 연대감을 보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세계 각국에서 전개되는 투쟁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기자와 언론노동자들이 좀더 나은 전문성과 민주적 언론상황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그 선두에서 상징적인 위치를 갖고 있다.

▷김 : 이번 언론노조 연대파업은 정간법 개정, 정부소유 언론사 독립, 신문공동배달제 실시, 언론사유화 저지(무능경영진 퇴진) 등을 쟁취하기 위한 것이다.

▷화이트 : 어느 사회나 민간소유 언론과 공공(정부)소유 언론의 균형을 이루려는 투쟁이 존재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치적 이유와 상업적 이해관계에 의해 정보접근이 통제돼선 안되며 정확한 정보, 시기적절한 정보, 다양한 정보가 원활하게 소통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간법 개정, 언론사 독립, 언론사주 전횡, 신문유통 문제 등은 이러한 원칙 속에서 다뤄져야 한다. 민간부문 언론이 개인의 이익이나 독점의 도구로 이용돼서는 안되고, 정부소유 언론 또한 정치적 이해관계나 압력의 수단으로 악용돼선 안된다.

▷김 : 대한매일과 연합뉴스 등 정부소유 언론들은 오랜시절 권위주의 정권의 도구였으나 이로부터 독립하려는 노력이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관련 법개정 움직임도 진행되고 있다. 이들이 독립성을 확보해 올바른 비판정신을 가진 언론으로 커나갈 수 있도록 IFJ의 지원을 부탁한다.



공통의 가치관으로 연대



▷화이트 : 이들 언론사의 노력은 진보적이며 매우 필요하다. 소유구조에 대한 문제제기, 신문사 내부 전문성에 대한 지적, 다원주의 등은 언론자유를 향한 노력이기 때문이다. 14일 채택하는 한국언론발전을 위한 결의문에서 이들 매체의 독립적 위상 확보에 노력할 것을 한국 정부에 촉구할 방침이다.

▷김 : 한국언론발전을 위한 결의문 외에도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서울선언과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에 항의하는 결의문 등 한국과 관련한 3개의 결의문이 채택된다. 한국언론 및 한국언론 개혁 상황을 전 세계에 알리고 강력한 연대를 촉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대담을 정리하면서 마지막으로 한국 기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덧붙여달라.

▷화이트 : 각 나라를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점은 ‘당신은 외국에서 왔으니 우리의 전통, 언어, 문화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선입견이다. 그러나 우리에겐 공통의 가치관과 이해와 목적이 있기 때문에 연대가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그동안 한국 언론이 폐쇄적이라는 말을 들어왔는데 이번 서울총회를 통해 한국 언론계가 상당히 개방적이고 포용력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 언론의 발전된 모습, 개방적이고 충만한 에너지가 참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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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든 화이트는 누구



에이든 화이트(50)는 아일랜드 출신으로 영국의 가디언을 비롯해 20여년 동안 기자로 활동해왔다.

87년부터 IFJ의 실질적 업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번 제24차 서울총회에서 다시 유임됐다. 페루, 알제리, 보스니아, 인도네시아, 인도, 팔레스타인, 러시아 등 각 지역의 언론자유 투쟁에 참가한 경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