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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주장]'적중률 20%' 인사 점치기 필요한가

우리의 주장  2003.03.05 14:3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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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유력 일간지의 청와대 비서실장 내정 보도를 신호탄으로 중앙 일간지들이 두달 넘도록 새 정부 조각과 후속 인사에 대한 기사를 앞다퉈 쏟아내고 있다. 아직도 일부 핵심 부처와 기관에 대한 인선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분별한 경쟁 의식과 ‘아니면 말고’식의 무책임한 보도행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해당 언론사가 비서실장 인사 특종 기자에게 두둑한 포상금을 건네주며 독려했다는 소식도 전해져 뒷맛을 씁쓸하게 만들고 있다.

새 정부는 출범 전부터 기존의 언론질서에 대한 상당한 거부감을 표시했고 이는 집권 직후 정부부처 가판구독 금지와 기자실 개방, 브리핑제 실시 등 가히 혁명적 수준의 조치로 이어지고 있다. 새 정부가 역대 어느 정권보다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의 학연과 혈연, 지연에 얽매인 인사관행을 벗어난다는 사실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정치부 기자들은 과거의 방식대로 취재하다 결국 스스로 화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들은 평소처럼 개인적 친분을 앞세워 중앙부처 고위 당직자들에게 접근해 차기 지도부 인선에 대한 기류를 감지하려 시도했으나 오히려 자기식구를 싸고도는 ‘역정보’에 넘어가 오보를 양산한 꼴이 됐다. 유달리 당시 현직 차관의 내부 승진 기사가 넘쳐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됐다. 또 평소에 신세 지거나 친분 관계를 유지했던 인사들의 이름을 집중 거론함으로써 발탁 가능성을 높인다거나 입지강화를 노리는 모종의 커넥션을 형성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일부 신문이 장관후보 명단을 대대적으로 보도하자 관가에서는 고위 공직자들이 자신과 연고 있는 인사의 명단을 보고 흐뭇해하거나 자신과 가까운 인물이 배제됐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최종 결정권을 쥔 대통령 당선자가 공식 회의석상에서 해당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발표하기에 이르러 해당 신문에 대한 독자들의 신뢰는 하루아침에 곤두박질친 셈이다.

후보로 거론됐던 인사 가운데 일부는 자신이 대중 앞에 거론됨에 따라 혹독한 검증절차를 거쳐야 되고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와 불신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 상당히 곤혹스러워했다고 전해진다. 일부는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취재진을 피해 다니느라 애를 먹기도 했다. 뉴스 공급자와 최종 수요자인독자 사이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하는 상황이 빈번할 경우 이는 곧바로 회복 불가능한 치명적 결함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독자들은 결과적으로 20% 안팎에 그친 낮은 적중률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시간이 약간 지체되더라도 보다 신중하게 접근했으면 하는 기대가 두번 다시 반복되지 말기를 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