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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남의 기사 내것처럼 보도말아야

MBC '소정 그림 위작 시비'뉴스 출처 명시안해 유감

최헌규  2000.11.07 11:4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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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헌규 내외경제 지회장



언론보도에 대한 일반 대중들의 시각은 대체로 따가운 편이다. 특히 정직하지 못한 보도나 부정확한 보도 태도에 대해서는 누구나 심한 거부반응을 보인다.



지난 8월 29일 일요일 밤 9시 'MBC 뉴스데스크'는 문화계 핫 이슈인 소정 변관식의 '옥류천도' 위작시비를 보도하며 좌시할 수 없는 해프닝을 일으켜 뉴스를 지켜보던 이들을 씁슬하게 했다.



MBC는 이날 유홍준 이태호 교수 등 유명 미술사학자들이 고 변관식 화백의 최고 걸작이라고 평가한 그림이 사실은 제자 조순자 씨의 지난 63년 국전입선작임이 밝혀졌고 제자측도 본인 그림임을 증언했다고 보도했다.



이 내용은 지난 8월 4일자 내외경제신문이 처음 보도한 이래 각 신문과 방송이 잇달아 보도했던 뉴스로 MBC는 뒤늦게 이를 한데 묶어 보도하면서 미국에 체류하며 좀체 입을 열지 않던 제자 조씨의 육성 테이프(내외경제 제공)를 내보내 관심을 끌었다.



MBC 앵커는 이 과정에서 내외경제 기자로부터 건네 받은 조씨와의 증언 내용을 전하면서 "미국의 조씨가 MBC 취재기자에게 증언했다"는 내용의 허위 멘트를 했다.



이 때문에 뉴스를 접한 미술계와 문화계 인사들은 실제 'MBC가 한 건 올렸다'고 입을 모은 바 있다. 하지만 MBC 기자는 조씨와 통화한 적이 없고 전화번호조차 모른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언론이 '진위여부 관련 뉴스'를 전하면서 본의든 아니든 명백한 거짓말을 한 셈이 됐다.



물론 MBC는 뉴스중간에 약속대로 '녹음제공 내외경제'라는 자막을 화면상단에 넣긴 했지만 글씨가 워낙 깨알같이 작은데다 잠깐 스치듯 지나가 버려 결국 자막을 넣으나 마나 한 상황이 돼 버렸다.



타사기자가 힘들여 취재해 선의로 건네준 녹음 테이프를 사용하면서 이의 출처를 밝히는데는 매우 인색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결과적으로 남의 공을 가로채려 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어쨋든 이날 MBC는 뉴스앵커의 처음 멘트에서는 자사 기자가 증언을 받았다고 해놓고 비록 옹색한 형태지만 '내외경제 제공'이라는 자막을 내보냄으로써 자가당착의 모순을 연출했다.



조씨로부터 유일하게 증언을 받아낸 내외경제 이영란 기자(문화부)는 "작품의 진위여부를 분명히 가려야 한다는 취지의 보도를 하면서 자신들의 보도 태도부터 명쾌하지 않아 심히 불쾌했다"고 말했다. 또 "지방을 오가며 여러날고생한끝에 녹음한 테이프인데 선의의 협조가 이렇게 불쾌감으로 돌아올줄 몰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기자는 공식 사과를 요구했으나 MBC기자로부터 '멘트는 위선(간부)의 실수였다'는 말만 전해들었으며 MBC쪽에 항의하자 "기사내용만 본 앵커가 자사 기자가 직접 통화한 줄 알고 그렇게 멘트했다"며 궁색한 변명을 늘어놨다고 전했다.



이 기자는 그러나 당시 데스크였던 MBC 모 차장이 녹음제공 자막조차 넣지 않으려고 해 입씨름을 벌였다는 얘기를 나중에 전해듣고 이번 해프닝은 명백히 '의도적인 실수'라며 MBC측의 자성을 촉구했다.



결국 이번 일은 자신의 공과 노력은 최대한 포장해 과시하면서도 남의 노력에 대해선 이유없이 폄하하고 과소평가 하려드는 우리 언론의 왜곡된 모습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남이 땀흘려 일궈낸 성과와 결과물을 존중할 줄 알고 이를 성실히 받아들이려는 자세는 우리 언론에도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다.



사회와 대중을 상대로 강도 높은 개혁을 요구하면서 스스로는 가장 퇴행적이며 '내 것'에만 천착하는 언론의 태도,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