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는 지난 3일 이긍희 대구MBC 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내정하고 4일 주총에서 정식 사장으로 선임했다. 앞서 방문진은 이긍희 대구MBC 사장, 엄기영 MBC 특임 이사, 고진 방송영상산업진흥원장, 장명호 방문진 사무처장 등 4명을 후보로 올렸으나 장 처장이 고사하면서 남은 3명을 놓고 2차 투표를 벌인 끝에 이 사장을 MBC 신임 사장으로 내정했다. 엄기영 이사와 이긍희 대구MBC 사장을 놓고 진행한 2차 투표에서 방문진 이사 8명 가운데 5명이 이 사장에게 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이긍희씨의 사장 선임은 지난 2001년 김중배 사장 때처럼 정치권의 낙점 관행을 탈피해 방문진의 자율적인 절차와 판단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MBC 내부적으로는 김중배 사장의 선임으로 깨졌던 자사 출신, 내부 승진 관행이 이번 이 사장 선임으로 다시 부활됐다는 의미도 지닌다.
그러나 MBC 내부에서 개혁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긍희씨가 사장으로 선임되면서 방문진이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는 시대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긍희 사장은 본사 임원과 계열사 사장을 역임하면서 조직 운영과 경영능력면에서는 검증을 받았으나 방송개혁에 대한 소신이 부족하고 보수적인 시청률주의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MBC 안팎에서는 이 사장이 방송의 공영성과 개혁성 과제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인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와 관련 언론노조 MBC 본부는 지난 3일 성명을 내고 “이긍희 사장이 내부 개혁을 실시하고 공영성을 강화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구성원들이 많다”며 “임원진 인사쇄신과 공영방송 강화를 위해 어떤 가시적 조치를 취하는지 지켜볼 것이며 대외적으로는 언론인으로서 외압을 단호히 거부해 믿고 따를 수 있는 리더십을 발휘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도 이날 성명을 통해 “방문진이 MBC 사장을 내정하면서 정치적 외압을 받지 않았다는 점에서 언론발전의 성과로 평가한다”면서도 “이 사장이 과거 임원시절 개혁을 요구하는 노조의 요구에 보수적인 입장을 보인 인물이라는 점에서 방문진이 시대적 조류를 정확하게 읽어내지 못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긍희 신임 사장은 70년MBC PD로 입사해 교양제작국장, 정책기획실 이사, 전무, MBC 프로덕션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이 사장과 방문진은 오는 7일께 MBC 계열사 사장 및 임원급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며 MBC 지방계열사와 자회사들의 주총은 오는 10∼12일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