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도 남의 밑에서 일하며 돈벌이를 하는 사람이 다른 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돈벌이를 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주 노동자들을 우습게 안다. 정말 친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불친절한 그런 사람들일수록 세도 있는 사람이 나타나면 이유 없이 굽실거린다. 아무 인연도 없는 사람인데, 돈 많은 사람에게 친절하다. 잘 보인다고 돈을 보태줄 리도 만무할 뿐만 아니라 친절에 대해 별 감사도 느끼지 않는 부자들에게 친절하고 작은 친절에도 깊은 고마움을 느끼는 가난한 외국인들에게 사람들은 왜 불친절할까.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를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 역시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 중의 하나였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을 질타하지 않는 언론은 하나도 없었다. 피할 수 있었던 사고가 아닌 인재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는 듯 싶다. 기관사가 제일 먼저 구속되었다. 물론 재난 앞에서 기관사가 민첩하고 현명하게 상황에 대처했다고 볼 수 없으며, 이에 따른 책임을 회피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하철 기관사들의 운행조건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살펴보지 않고 사고 당시 할 수 있었던 지고지선의 대처방법을 대비시키는 것은 무책임하고 비겁한 결과론일 뿐이다.
기관사들의 근무배치표를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는가. 나는 우연한 기회에 한 시간동안 설명을 들었지만 근무시간과 탑승 전동차가 날마다 달라지는 서울지하철의 근무배치표를 끝내 이해할 수 없었다. 그 복잡한 근무배치표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그 근무배치표에 따라 제 시간에 제 전동차에 탑승하는 것만으로도 지하철 기관사들을 존경하게 될 것이다. 불규칙한 근무시간은 당연히 규칙적인 휴식과 수면을 박탈한다. 누적된 피로 속에서 기관사들은 근무에 투입되고, 그것도 혼자서 차량운행과 안전에 대한 모든 것을 책임지게 된다. 갑작스런 사고가 발생했을 때 기관사 혼자서 할 수 있는 대처능력의 한계가 어디까지이겠는가. 어떤 상황에서도 최고의 대처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천재들을 기관사로 선발한 것도 아니고, 완벽한 대처가 가능할 만큼의 충분한 교육과 훈련을 시킨 것도 아니며, 쾌적한 근무조건을 제공한 것도 아니다.
승무원이 2명만 되었더라도 이번처럼 이렇게 속수무책이었겠는가. 재난의 위험성을 수없이 제기한 노조의 경고를 무시하고1인 승무제를 강행한 순간에 이미 이와 같은 참사는 예고된 것이었다. 이번 사고의 진정한 원인이 무엇인지 아무도 모르지 않는다. 비용 때문이다. 지하철 경영진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1인 승무제를 강행하였고 대부분의 언론은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지금에 와서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일본 NHK의 화면을 통해 확인한 동일 상황 실험에서 일본의 전동차가 멀쩡한 것을 보고 분노할 필요도 없다. 내수용 전동차 가격이 수출용 전동차 가격보다 턱없이 쌀 때는 그런 위험을 감수한다는 전제가 이미 존재하는 것이다. 이번 대구 참사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 비용을 줄이기 위해 안전을 포기하고 1인 승무제를 강행하고 겉만 번지레한 싸구려 전동차를 구입한 경영진이 가장 먼저 그 대상이 되어야 한다. 만약 1인 승무제와 값싼 전동차의 구입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다면 언론은 ‘안전불감증’ 어쩌고 하는 소리를 당장 중지하고 부지런히 불조심 캠페인이나 벌여야 할 것이다. 달라질 것이 아무 것도 없다면 불조심 이외에 다른 무슨 방도가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