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공격인가, 침공인가. 이라크전을 둘러싼 언론의 표기가 시선을 모으고 있다. 국어사전에서는 ‘공격’의 의미를 ‘적을 침’ ‘나가아 적을 침’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침공’은 ‘침범하여 공격함’ ‘남의 나라를 침노하여 쳐들어감’이라는 의미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라고 한다면, 이라크를 적으로 상정한 미국의 입장을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언론 보도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는 표기는 ‘공격’이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임박함에 따라’ ‘이라크에 대한 군사공격을 포함한 새로운 유엔결의안이…’ 등이다.
공격이라는 규정이 대부분인 가운데 기사 속에 간헐적으로 침공이라는 단어가 사용되고 있다. 경향신문은 지난달 관련기사에 침공이라는 제목을 달기도 했다. ‘친미 유럽지도자들 ‘수렁에’-이라크침공 지지 블레어 등’ ‘이라크침공 지지시위 ‘맞불’ 미 곳곳서’ 등이다. 조선일보 김대중 이사기자도 지난달 18일, 23일자 칼럼에서 계속 침공이라고 표기해왔다. ‘강력한 세계 여론에 몰려있는데도 미국 정부는 이라크 침공을 구체화하고 있고…’ ‘프랑스가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등이다. 이와 관련 참여연대 등 70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전쟁반대 평화실현 공동실천’에서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반대’를 요구하고 있다.
표기문제는 외신 역시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 ‘military attack’ ‘attack’ ‘military action’ 등의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국제부 기자는 “외신도 ‘무력 침략해 점령하는 것이 아니라 독재자를 축출하고 국민들을 해방시키려는 정당한 조치’라는 미국 주장을 의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침공이라는 단어가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침략’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남의 나라를 침범하여 빼앗는’ 행위라는 것이다. 지난달 15일 고은 황석영씨 등 문인들이 참여한 기자회견 제목은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 획책에 반대하는 긴급기자회견’이었다. 한겨레 손석춘 논설위원은 지난달 19일자 칼럼에서 ‘미국 조지 부시 정권의 이라크 전쟁몰이를 침략이라 부르지 않는다. 친미사대 세력이 옹근 반세기 동안 펴온 세뇌 탓’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