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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관행깨기 나섰다

언론계 지각변동 예고…기대 반 우려 반

김상철 기자  2003.03.05 14:4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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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판구독 중단-1시간 일찍 출근 본판 확인, 인터넷 점검도



청와대에서 시작된 조간신문 가판 구독 중단이 정부 부처로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달 26일부터 서울지역 조간신문 가판 248부 구독을 중단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청와대에서 저녁 가판 구독을 금지하고 정부 각 부처도 가판 구독을 금지시키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청와대를 출입하는 한 기자는 “이전에는 기자실에서 가판을 체크했는데 며칠 전부터 가판이 배달되지 않아 회사에 들어와서 보거나 다른 방법을 찾는다”며 이같은 분위기를 전했다.

본보 조사 결과 대다수 정부부처도 장·차관실, 공보실 등에서 구독하던 가판을 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수산부 농림부 행정자치부 보건복지부 과학기술부 문화부 외교통상부 법무부 통일부 국세청 등은 지난달 28일부터 3일 사이 가판 구독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반면 국방부는 “청와대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당분간 가판을 볼 것”이라며 “국방부는 다른 부처와 달리 국가안보를 다루는 곳이기 때문에 가판 체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기존과 달리 장관에게 일상적인 가판 보고는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 노동부와 부총리 인선이 마무리되지 않은 교육부는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가판 구독 중단으로 공보실의 업무 스타일도 바뀌고 있다. 청와대 및 농림부 문화부 등 일부 부처는 평상시보다 1시간 정도 일찍 출근해 본판을 체크한다. 행정자치부 법무부 등은 인터넷으로 가판 점검을 대신한다. 가판을 보기 위해 일요일에 출근하는 수고도 덜게 됐다.

이와 관련, 정부부처의 한 공보담당자는 “언론과의 관계를 정상적으로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 “그러나 좋지 않은 보도에 대해 윗사람이 신경을 쓰면 공보실로선 오히려 곤란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다른 부처 공보실 관계자는 “가판을 보지 않을 경우 사실 여부가 크게 차이나는 사안은 언론중재위에 제소하면 되지만 단순한 해명으로 고칠 수 있는 부분을 바로 잡을 수 없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신문사 편집국장은 “나와있는 정보를 보지 않겠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지만 원칙적으로 언론과의 뒷거래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옳다”며 “당장 가판 발행 후 기사를 빼달라거나 항의하는 전화가 없어져 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새정부의 ‘가판 보지 않기’가 사회 전반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한 기업체 홍보이사는 “가판 구독 중단이 기업체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며 “정확하지 않은 기사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가판을 쉽게 끊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박주선 기자 sun@journalist.or.kr





■기자실 개편-청와대 이어 과천도 통합기자실 검토



청와대를 필두로 정부부처에서도 기자실 개편 움직임이 구체화하고 있다. 정부종합청사 기자실을 통합해 운영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부처가 모여 있는 과천청사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기자실 개편안은 기존 청사건물 5개동에서 부처별로 따로 운영하고 있는 기자실을 각 동별로 통합하며 브리핑룸을 신설·운영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방안에 따르면 11개 부처 기자실은 5개로 축소된다. 또 △간부 취재시 공보관실을 통해 사전 요청 △상주기자에겐 사물함 등 기사작성 편의시설 제공 △인터넷매체에도 등록 개방 등 청와대에서 시행방침을 밝힌 내용들과 유사한 운영 방안들이 아울러 검토되고 있다. 국정홍보처의 한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새 처장이 선임되면 부처 간 논의가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합기자실 운영은 과천청사 운영 초기에도 논의된 바 있었으나 당시에는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과천청사 공보관들을 중심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 청와대 지시사항은 아니었다”며 “그같은 움직임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비서관 회의에서도 부처 기자실 개편방안을 접하고 정보욕구를 제대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공보관들의 위상을 강화해 실질적인 브리핑이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논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청와대는 △매일 오전 10시, 오후 3시 정례 브리핑 △신문협회 방송협회 기자협회 인터넷신문협회 가입 언론사 대상 출입기자 등록제 실시 △지정부스 폐지, 기자실을 개방형 기사송고실로 개조 △대변인실에 취재 면담 신청서 접수 후 취재 등의 방침을 정하거나 시행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달 중순까지 출입기자 등록을 접수받고 2개월여간 내부 시설공사와 신원조회 등 처리기간을 거쳐 6월초부터 개방형 기자실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기자들의 반응은 아직 유보적이다. 과천청사를 출입하는 한 기자는 “과천청사나제2청사의 경우 기자실 통합운영, 브리핑제 등은 가능하다고 본다”면서 “어떤 식으로 구체화할 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 기자실 운영과 같은 맥락에서 우려를 제기하는 의견도 있다. 한 재정경제부 출입기자는 “기자실 문턱을 낮추고 인터넷매체를 포함해 공평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는 이해하겠으나, 실제로는 반대가 될 여지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기자는 “청와대 기자실 운영처럼 사전에 면담신청을 해서 취재해야 한다면 결과적으로 정보에 대한 접근은 더 어려워지고 정부관료들도 기자들을 선별적으로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철 기자 ksoul@journalist.or.kr





■언론 관계 관행 파괴-“의례적 인터뷰·행사참석 안하겠다”



노무현 대통령이 정부와 언론과의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옛날에는 정권에 불리한 보도가 나오면 그 보도를 ‘좀 빼달라’‘고쳐달라’며 ‘소주 파티’를 하고 향응을 제공했는데 앞으로는 원칙대로 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술자리와 관련,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청와대 비서관들과의 워크숍 자리에서 앞으로 기자들에게 술을 사면서 ‘협조’를 구하지 말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언론사 창간기념일의 대통령 인터뷰 등 ‘의례적’ 행사도 변화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지난달 28일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사안 △사실관계가 잘못돼 대통령이 직접 확인하거나 해명할 필요가 있을 때 △국민들에게 직접 호소하고 설득할 필요가 있을 경우 대통령이 직접 브리핑을 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달 27일 새 내각 인선을 발표하면서 노 대통령은 비서실장이 인선배경을 설명하던 관행을 깨고 직접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했다. 반면 청와대는 “창간, 창사기념일에 관례적으로 해온 대통령 인터뷰는 원칙적으로 폐지한다”며 “언론사 기념행사에 대통령이 참석하는 문제도 사안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종문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은 “말 그대로 창간기념 인터뷰는 하지 않고, 국정현안, 사회 이슈 등에 대해 언론사에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면 검토해 결정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차관들이 신임 인사차 언론사를 방문하는 관행 역시 새 정부에서는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지난 3일자 청와대 브리핑은 “노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신임장·차관의 언론사 방문 관례를 고치자는 비서실의 건의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새로운 조치에 대해 기자들은 ‘전제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서영석 국민일보 정치부장은 “낡은 관행을 파기하자는 데는 동의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후속 조치가 미흡하다”며 “예컨대 청와대가 기자들의 출입을 제한한다면 브리핑을 강화하는 등 보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한 대언론 서비스도 청와대의 의무”라고 지적했다. 한 신문사 편집국장은 “과거 창간기념 인터뷰가 사전 서면 질의응답으로 이루어지고 대통령과 언론사 간부가 사진 찍고 인사하는 자리 정도여서 ‘기사거리’가 없었던 게 사실”이라며 “폐지 원칙에는 공감하지만 청와대의 선호에 따라 특정 언론을 골라 인터뷰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박주선 기자





■대변인제 폐지-정당 체질개선 전제, 취재관행 변화올 수도



정당취재 시스템에도 변화의 기미가 보이고 있다. 민주당 한나라당 자민련 등이 잇따라 대변인제 폐지 등을 당 개혁안에 포함시키고 있다. 당 지도체제 변화 등 굵직한 사안을 둘러싼 논란 속에서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지는 미지수이지만, 여야 공히 변화의 일환으로 이같은 방안을 거론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달 10일 확정한 민주당 개혁특위의 개혁안에는 대변인제를 폐지하고, 당의 언론 홍보·관리·행정지원 기능을 담당할 공보실을 두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공보실장이 공보실을 관할하며 언론브리핑은 당내 해당 부서나 회의체 책임자가 담당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4일 의원총회에 이어 5일 당무회의에서 개혁안을 논의하게 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공보기능의 경우 대변인제 폐지가 핵심”이라며 “입법문제는 해당 상임위 위원이 브리핑하고 당 입장은 공보실에서 대행하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은 지난 2월 당 정치개혁특위의 개혁안에 대변인제 폐지, 공보팀으로 축소 방안 등이 논의됐으나 지도체제 문제를 놓고 내부 논란에 휩싸여 별다른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자민련도 이달 들어 당 발전쇄신위가 마련한 쇄신안에 대변인제 폐지를 포함시켰다. 쇄신안은 대변인제를 폐지하고 당 총무가 원내대책을, 정책위원장과 홍보위원장이 각각 정책과 일반 당무를 직접 브리핑하는 방안을 상정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한나라당을 출입하는한 기자는 “취재하는 입장에선 기존 대변인제가 필요한 당의 공식 입장을 바로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인 면이 있었다”면서도 “그동안 대변인제가 당의 정책적 입장보다는 정치공방을 주도하는 최일선의 나팔수 측면이 강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다른 한 기자는 “사실 대변인은 어느 나라나 있는 것 아니냐”며 “다만 완전 폐지가 좋을 지, 당을 정책 중심으로 운영하도록 하고 ‘막말’을 지양하는 쪽으로 하는 게 좋을 지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형식적인 폐지가 아닌, 정당의 체질개선을 전제로 한 조치라면 취재관행에 근본적인 변화가 올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을 출입하는 한 기자는 “실현 가능할 지는 모르겠다”고 전제하며 “지금의 개혁안이 당내의 권력 분산, 정책기능 강화 등 본래의 취지대로 구체화한다면 정당 취재 역시 기존의 당 중심에서 의회 중심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