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화일보가 기자실 엠바고 수용을 거부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언론계에서 엠바고 문제가 새삼 화두가 되고 있다. 엠바고 문제는 언론의 기본적인 성격 및 기능과 맞물려 그동안 끊임없는 논란거리가 돼온 게 사실이다.
엠바고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국익보호나 범죄사건 해결 등을 위해 일정기간 동안 관련보도를 자제 또는 제한하는 것이다. 자연히 공익적 목표가 국민의 알권리에 우선시되며, 다중의 묵계 속에서 이뤄지고 있음은 물론이다.
개인의 인권과 국익차원에서 엠바고가 설정될 경우, 우리는 이것이 국민의 알 권리보다 결코 하위가치가 아니란 점을 인정하는 데 조금도 인색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언론의 기본책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언론사의 엠바고 수용거부 움직임에서 드러나듯이 최근 엠바고가 본래 의미를 넘어 무분별하게 남발되고 있다는 인상이다. 이런 현상이 일선 기자실은 물론 데스크에까지 나타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심지어 정치권이나 재벌사와 언론사 경영진 사이의 ·청탁성 엠바고' 또는 ·외압성 엠바고'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당국의 자의적인 판단과 요구에 의해 보도자제가 주류를 이뤘다면, 요즘 상황은 오히려 언론내부의 자사이기주의와 편의주의적 발상이 엠바고를 양산하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설정 요건에서 벗어난 사안에 대해서까지 엠바고로 지정함으로써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의 보도의무가 지연 또는 방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마디로 불공정행위인 ·담합'과 다를 바 없는 일이다. 물론 불필요한 취재·보도경쟁을 지양하고 질높은 기사를 국민들에게 제공하겠다는 것을 마다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매체마다 대부분 어슷비슷한 기사를 마치 기계로 찍어내듯 하는 상황에선 일종의 자기변명일 뿐이란 느낌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것이 또하나 있다. 일정한 요건을 갖추고 설정된 엠바고가 개개 언론사의 ·기사욕심' 탓에 중도 파기되는 것 역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것은 해당사는 물론 전체 언론의 신뢰와도 연관되기 때문이다. 약속을 밥먹듯 어기는 언론을 어느 취재원이 신뢰하고 정보를 제공하겠는가? 엠바고 문제와 관련해 우리가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기자실 문화 역시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방향은공개적,전향적으로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우리는 본다. 기자실은 특정 언론사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취재원은 물론 어느 언론사에 대해서도, 그것이 중앙종합지든지 지방언론이든지 아니면 전문지든지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 돼야하는 것이다. 그러나 개선조짐이 좀처럼 보이지 않고있는 게 현실이다. 개방·개혁의 사회추세와도 어긋나는 게 기자단, 또는 기자실 운영이 아닌가 한다. 우리 언론이 더이상 지체하지 않고 폐쇄적·자기중심적인 기자실 운영 행태를 개선하길 촉구한다.
언론기관만이 정보를 생산·소유·유통시키는 시대는 지났다. 정보가 특정언론의 전유물이 아님은 더욱 자명하다 하겠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정보를 국민들한테 전달하는 것은 언론의 가장 중요하고도 가장 기본적인 사명이다. 많은 언론사가 신입기자를 뽑는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그들 후배기자들에게 더이상 나쁜 관행을 물려줄 수는 없지 않겠는가? 언론과 기자의 존재이유를 곰곰히, 냉철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