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박권상 사장이 지난 10일 전격 사퇴하면서 후임 사장 인선 등 KBS 향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오는 5월 22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조기 퇴진할 것으로 알려졌던 KBS 박권상 사장은 지난 8일 이사회에 사의를 표명한 뒤 지난 10일 이임식을 갖고 4년 11개월 동안 일했던 사장직에서 물러났다. 이날 박 사장은 이임사에서 “경영의 효율성 제고에 대한 뜻은 간절했으나 본인의 역부족을 통탄치 않을 수 없다”면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은 KBS의 독립성이었고 지난 대선은 KBS의 정치적 독립성과 자율성을 이룩한 역사적 이정표였다. KBS는 이제 국민이 신뢰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가 됐다”고 자평했다.
박 사장이 조기 퇴진함에 따라 후임 사장으로 누가 올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인선 작업이 이뤄질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언론노조 KBS 본부가 KBS 이사회에 제안한 ‘사장추천위원회’ 구성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사장추천위는 정치권의 밀실 낙점을 차단하고 절차적 정당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이라는 점에서 언론·시민단체들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 KBS 이사회는 오는 12일 임시이사회에서 사장추천위 문제를 포함해 오는 5월 11일 임기가 만료되는 현 이사회에서 신임 사장을 제청할 것인지, 아니면 차기 이사회로 권한을 넘길 것인지 등 사장 인선 방법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KBS 노조는 이사회가 사장추천위 제안을 거부할 경우 KBS 내부대표, 시민사회단체 대표, 언론학자 등이 참여하는 추천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해 사장 후보에 대한 검증 및 추천 작업을 벌일 방침이다.
KBS 사장 선임의 절차적 민주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사회적 여론이 어느 때보다 확산되고 있지만 여전히 정치권의 ‘낙점’ 관행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의 언론정책 고문으로 활동했던 서모씨의 내정설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는 것이다. KBS 노조에 따르면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 이모씨는 KBS 노조 관계자들에게 “서모씨를 KBS 사장으로 내정했다. 반대해도 할 수 없다. 믿어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KBS 노조는 지난 6일 성명을 내고 “특정 정당의 언론고문을 맡아 당선을 위해 뛰었던 사람이 KBS 사장으로 온다면 어떻게 정치적 중립을 기대할 수있겠느냐”며 “정권은 밀실에서 진행하고 있는 KBS 사장 인선작업을 중지하고, KBS 이사회는 사장추천위원회라는 공정하고 투명한 틀을 만들어 사장 선임 문제를 공개적으로 논의하라”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전국언론노조,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전국민중연대 등 전국 300여개 시민사회단체들도 지난 11일 KBS 사장추천위원회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KBS 사장의 정치권 내정은 참여정부의 ‘인사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KBS 사장 선임의 절차적 투명성과 민주성, 국민참여 등을 확보하기 위해 사장추천위 구성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