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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기자실 아직은 우왕좌왕

브리핑제 알맹이 부족…수석·대변인 등 정보제공 역부족

김상철 기자  2003.03.12 11: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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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기자실 운영에 대한 기자들의 불만이 높다. 브리핑제 도입 등 형식 변화에 따른 시행착오를 감안하더라도, ‘투명한 정보 제공’이라는 취지에 걸맞는 내용을 채우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특히 나종일 국가안보보좌관의 북측 인사 접촉에 대한 브리핑이 있었던 지난 5일 전후에는 청와대 기자실 운영을 둘러싼 비판이 집중되기도 했다.

경향신문은 지난 8일자 사설에서 “벌써부터 참모들은 민감한 국민적 관심사에 대해 책임있는 답변이나 입장표명을 서로 미루고 대변인은 ‘모른다 대변인’이라는 비아냥을 듣는다면 보통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대한매일도 나 보좌관 사례를 들어 “새로운 제도가 성공하려면 중대 사안에 대해서는 당사자가 직접 국민에게 설명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들의 불만은 대변인 문제를 비롯한 ‘부실 브리핑’과 개별취재 부재, 이에 따른 브리핑 의존 심화 등으로 모아진다. 한 신문사 출입기자는 “대변인 등 사람 문제와 시스템의 문제가 반반”이라며 “홍보파트의 경우 현재의 수석, 대변인 체제로는 국정 전반의 현안과 대통령 생각을 총괄·정리해 전해주길 기대하는 것이 무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오전 브리핑에서 기자들이 “해당 수석이나 보좌관 설명을 듣게 해달라”고 요청, 오후 브리핑에 해당자가 참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대변인실을 통해 면담신청을 하고 춘추관 면담실에서 해당자를 취재하는 개별취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은 것도 브리핑에 대한 불만을 높이는 요인이다. 한 기자는 “지금까지 기자들이 면담을 신청한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지난 8일 관련 기사에서 “공식면담을 신청하면 누구를 만나 무엇을 취재하는지가 사전에 드러나고 취재원 입장에서도 자신이 노출되는 상황에서 깊은 취재에 응하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같은 양상은 브리핑의 내실과 함께 효율성이라는 차원에서도 문제를 던지고 있다. 한 출입기자는 “브리핑에서 현안 외에 ‘돌출질문’이 나오기도 한다. 기자가 청와대 관련한 별도의 아이템이 있을 경우 개별취재가 어렵기 때문에 브리핑 석상에서 입장을 물어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30분이라는 제한된 질의응답 시간 속에서 현안 외의 질문이 나올 경우 다른 기자들로선 ‘시간낭비’가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기자는 “나중에 기자실이 전면 개방돼 200여명의 기자들이 출입할 경우 이같은 문제가 어떻게 처리될 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브리핑에 수석, 보좌관 참여를 최대한 활성화하는 등 충실도를 높이기 위해 개선방안을 모색하겠다는 방침이다. ‘상향식 토론’ 방식으로 오전 회의가 길어진다는 점을 감안, 지난주부터 오전브리핑을 10시에서 11시로 늦췄으며 지난 9일에는 김만수 춘추관장을 부대변인 겸임으로 발령내기도 했다.

한 출입기자는 “시행 초기인 마당에 애초 기자실 개방이라는 큰 틀에서야 변화가 있겠느냐”고 전망하며 “기자들도 적응할 부분은 적응해야 하겠지만 청와대측에서도 개선할 점은 조속히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철 기자 ksoul@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