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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부처 기자실 새바람 분다

신임장관들 상견례 대폭 축소·인터뷰 거절도 예사

취재팀  2003.03.12 11: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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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처와 출입 기자단과의 관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장·차관들이 인사차 언론사를 방문하는 것을 금지시키면서 가급적 기자들과 술자리를 자주 갖지 말고 양주 등도 마시지 말라고 당부했다. 자신은 관행적으로 이어졌던 언론사와의 창간·창사 기념 인터뷰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일까. 신임 장관과 출입기자단의 상견례·기자간담회 문화와 인터뷰 방식에도 변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상견례의 경우 장관의 성향에 따라 차이는 있겠으나 대부분 저녁 식사를 겸해 양주 폭탄이 도는 경우가 많았으나 달라지고 있는 것.

외교통상부 윤영관 장관과 출입기자단은 지난 4일 저녁 상견례를 가졌으나 1시간 반 가량 오십세주 한두잔 정도로 가볍게 끝이 났다. 외교통상부 한 출입기자는 “예전에 장관이 새로 왔을 때와는 분위기가 달랐다”며 “몇몇 기자들은 너무 싱겁게 끝났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외교통상부를 제외한 행정자치부 보건복지부 과학기술부 건설교통부 농림부 등은 저녁 대신 오찬을 겸한 상견례를 가졌거나 가질 예정이다. 역시 양주 대신 가벼운 술이 한두잔 정도 오갔을 뿐이다. 장관이 유임된 통일부 산업자원부 법무부 노동부 등은 기자단과 별다른 만남이 없었고, 국방부도 취임 다음날 기자실로 와서 인사한 것 외에 따로 자리가 마련되지는 않았다.

문화관광부 이창동 장관은 기자단과 상견례도 하지 않았고 업무를 파악할 때까지는 인터뷰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인터뷰 신청이 벌써 100여건에 이르고 있지만 대통령 업무보고가 3월말에서 4월초로 잡혀 있기 때문에 이때까지 응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부도 예전엔 장관이 새로 부임하면 개별적으로 인터뷰를 했으나 이번에는 모든 매체에 동등한 기회를 부여한다는 취지에서 지난 4일 기자간담회 겸 종합인터뷰로 대신했다.

재경부 한 출입기자는 “권언유착 근절이나 기사에 대한 법적 대응 등 대통령 발언 때문에 부처와 기자단 사이에도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며 “의례 장관이 바뀌면 술 먹자는 얘기도 있기 마련인데 일절 없고 인터뷰 하기도 쉽지 않다. 불가근불가원, 긴장관계가 한동안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같은 흐름이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정부 부처의 변화에서 기인한 것이라면 통일부 출입기자단은 자체적으로 취재윤리 확립을 결의해 눈길을 끈다. 통일부출입기자단은 지난 4일 회의를 통해 공보관실에서 부담했던 가판을 보지 않기로 했으며 이산가족상봉 취재시 통일부에서 지원해왔던 취재비도 일절 받지 않기로 결의했다. 일정부분 공보실의 도움을 받았던 기자실 운영도 자체적으로 해결한다는데 뜻을 모았다. 통일부 한 출입기자는 “찜찜한 것은 다 털고 가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실제 정부 부처에서 대부분 가판 구독을 중단하면서 공보실에서 부담했던 기자실의 가판 구독은 사실상 중단됐다. 따라서 출입기자실에서는 이 기회에 가판을 끊거나 필요한 경우 자체 운영비로 구독하는 등 기존 관행에서 탈피하고 있다.

한편 출입기자단에서는 현재 기자실 개편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느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 부처의 통합 브리핑룸 등 취재 시스템 문제가 구체적으로 제시되면 출입기자단 내부에서도 다양한 입장과 대처 방안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국방부 한 출입기자는 “기자실 개편과 관련 조만간 가시적인 조치가 나올 것 같다”며 “브리핑룸 운영은 어떻게 되고 풀 취재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기자단내에서도 논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