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공익성 강화를 위한 중·장기 실천계획을 수립하는 등 변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과 관련 ‘정치적 의도’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구성원들의 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폐지 또는 축소했던 공익적 성격의 프로그램들을 다시 부활하겠다고 밝히는 등 원칙없이 왔다갔다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SBS가 추진하고 있는 ‘공익성 강화’의 골자는 선정적 프로그램을 지양하고 공익성 프로그램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지난 4일 확정한 ‘공익성 강화 실천계획’에는 △인포테인먼트 프로그램 개발 △소외된 계층을 위한 휴먼 프로그램 신설 △이미지 저해 프로그램 조기 폐지 △시민단체와 연중캠페인 공동 추진 △옴부즈맨 프로그램 강화 등이 담겨있다. 보도본부 차원에서는 △시사토론 프로그램 신설 △소외된 계층을 위한 집중 리포트 등의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이와 관련 SBS는 이미 지난달 12일부터 ‘뉴스추적’의 방송 시간을 30분 연장했고, 지난 9일부터는 시사토론 프로그램인 ‘SBS 시사포럼’을 신설했다.
SBS의 이번 공익성 강화 계획은 시도나 내용 면에서는 진일보하고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시청률 부진을 이유로 토론 프로그램과 휴먼·인포테인먼트 프로그램을 대거 폐지했던 전례로 볼 때 ‘속보이는’ 행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해 ‘뉴스추적’은 시간대 변경과 폐지논란 등 심한 부침을 겪어왔고 시사토론 프로그램인 ‘토론공방’은 폐지됐다. ‘호기심 천국’ ‘아는 것이 힘이다’ ‘휴먼TV 아름다운 세상’ 등 휴먼프로그램과 정보프로그램 역시 시청률 부진을 이유로 사라졌다.
SBS 보도국 한 기자는 “폐지까지 거론되던 ‘뉴스추적’이 어느 날부터 대표적인 시사프로그램이라며 시간까지 연장되고, 기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폐지됐던 ‘토론공방’이 슬그머니 다시 부활됐다”며 “변화된 정치적 상황을 의식한 급조된 기획이라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외부 공격을 차단하려는 정치적 포석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SBS는 ‘공익성 강화’ 필요성에 대해 “시민사회의 성장과 참여정부 시대의 개막”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 SBS 한 간부는 “인터넷 매체의 약진과 젊은 세대의 부상 등 지난해 대선과 월드컵에서 나타난 커다란 변화의물줄기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사회의 중심축이 됐다”며 “이런 변화를 반영하고 선도하기 위해 내적 쇄신과 이미지 제고를 이루려는 것이다. 일회성 이벤트나 정치적 포석으로 보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