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자 동아일보 1면 ‘김두관 장관 남해군수 때 남해신문 대표직 유지/지방공무원법 위반 드러나’란 제목의 기사를 두고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 및 남해신문이 ‘왜곡보도’라고 맞서고 있다. 김광석 남해신문 편집국장은 지난 7일 “이사회에서 동아일보를 명예훼손 혐의로 제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을 쟁점별로 짚어봤다.
재임시절 대표이사직 유지했나
동아일보는 남해신문의 법인 등기부등본을 근거로 “김 장관이 95년 6·27 지방선거에서 경남 남해군수로 당선된 이후 8개월 동안 ‘남해신문’ 대표직을 유지했다”며 “이는 ‘공무원 겸직 금지 의무’를 규정한 지방공무원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김 장관은 군수 취임식 하루 전날인 95년 6월 30일 남해신문에 사직서를 제출했고, 95년 7월 7일 남해신문 이사회는 강명규 씨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출했다. 이후 발행된 신문(7월 14일자)에는 발행인이 김 장관에서 강 사장으로 바뀌어있다. 또 김 장관과 강 사장간 업무 인수인계서가 95년 7월 10일자로 작성됐으며, 7월치 급료지급 명세서 확인 결과 김 장관은 수령인 명단에서 빠져있었다. 법인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96년 2월 25일까지 김 장관이 남해신문 대표이사로 등재돼 있지만 실제 대표이사로 재직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다.
홍정선 연세대 법학과 교수는 “지방공무원법의 ‘공무원 겸직 금지’는 공무원이 겸직을 해 사리사욕을 채우지 말라는 것”이라며 “법 취지로 볼 때 본인이 사직했으면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박형상 변호사는 “본인이 사임하겠다고 의사 표시를 한 시점이 사임 시점이라는 판례가 있다”며 “등기부등본에 등재돼 있다고 해서 사직서를 내고 역할을 수행하지 않았는데 대표이사라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현직 언론인이 자치단체장 선거에 출마한 것은 문제가 없었을까. 경남 선거관리위원회 지도과 관계자는 “정치 관련 보도를 할 수 없는 특수주간신문에 종사하는 언론인은 사직을 하지 않아도 입후보가 가능하다”며 “당시 남해신문은 특수주간신문이어서 대표이사가 입후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선거에 남해신문 이용했나
동아일보는 95년 6월 16일자 남해신문의 “민자당 강태선 후보가 컴퓨터 팩스 복사기 삐삐 등을 선거사무소에서 사용했다”는 보도를 예로 들며 “군수 선거운동기간에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 기사를 내보내고 신문사 직원들을 선거운동에 동원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기사는 경남신문 경남매일 부산매일 KBS 9시 뉴스 등의 기사를 인용보도한 것으로 이미 알려진 사실을 재정리한 수준이었고 강 후보측 반론을 함께 실었다.
동아일보가 ‘당시 관계자’ 말을 인용, “김 장관이 이 기사가 실린 신문을 평소보다 5000부를 더 찍어 배포했다”는 부분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당시 인쇄를 맡은 신경남일보사와 남해신문간 세금계산서에 따르면 남해신문 인쇄료는 주당 170만원(3월∼5월 11일) ->165만원(5월 18일부터 4주간) ->170만원(6월 15일) ->165만원(6월 22일)으로 나타나 6월 16일자 신문이 평소보다 많이 발행됐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선거운동에 이용하기 위해 신문부수를 더 늘렸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신경남일보사 출판부 관계자는 “당시 발행부수를 정확히 기억할 수는 없지만 5만원이면 1000부 이상 인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광석 편집국장은 “독자배가운동 등 신문사 본래 필요에 따라 발행부수를 늘렸는지 선거운동에 이용하기 위해 늘렸는지는 명확하게 모르겠다”며 “그러나 5000부를 더 찍었으면 양이 엄청나 배송할 당시 문제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두관 군수=남해신문?
“군수로 당선된 이후 남해신문을 사실상 기관지로 이용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는 동아일보 보도에 대해 남해신문은 “그가 펼쳤던 정책에 대해 잘 하는 것은 잘 한다, 못하는 것은 못한다고 썼다”며 반박하고 있다. 김광석 국장은 “남해신문은 600여명의 소액주주로 구성돼 있어 감시의 눈이 많다”며 이를 뒷받침했다.
박태종 남해대학 인터넷비지니스정보과 교수는 “남해신문은 보수세력에 비판적이고 개혁적”이라며 “군민주 신문이 군민이 아닌 군을 대변하는 게 가능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홍광표 한국농업경영인 남해군연합회 부회장은 “개혁 성향의 남해신문과 김 군수는 지방토호세력과 부딪힐 수밖에 없었고 그들이 ‘김 군수=남해신문’이라는 인식을 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남해신문은 권력과 결탁한 신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기자실 폐쇄 등으로 김 장관과 대립적인 입장에 서 있던 일부 지방주재기자들은 남해신문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 지방신문사 남해주재기자는 “남해신문이 타 언론에 비해 개혁적”이라면서도“김두관 군수시절 군 기관지 성향을 보였다”고 말했다.
실제 보도태도는 어땠을까. 95년 7월 김두관 군수 취임 이후 남해신문을 살펴보면 ‘새 상수도관에서 녹물이라니’(95. 9. 5) ‘군, 향도주민에게 한 약속 안지켜’(95. 11. 3) ‘군수 행사참석 지나치게 많다’(96. 2. 9) ‘어정쩡한 적지조사 결과’(96. 4. 19) ‘남해군 소류지 관리실태 엉망’(96. 7. 12) ‘남해군의 경쟁력은’(96. 7. 21) 등 군정책을 비판한 기사, 사설이 꾸준히 이어졌다. 반면 ‘민원공개법정제도 운영’, ‘군청 주재기자실 폐쇄, 브리핑 제도로 전환’ ‘감사계 군수 직속기구 설치 물러설 일 아니다’ 등 김 군수의 조치를 지지한 보도도 있었다. 그러나 개혁조치를 긍정적으로 보도한 기사를 두고 ‘군 기관지’라고 하는 것은 비약이라는 지적이다.
권영준 남해군청 공무원직장협의회장은 “남해신문은 타 지역언론에 비해 비판적이어서 대하기 어려운 신문”이라며 “김 군수 시절에도 군청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가 많았다”고 밝혔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권한대행(남해군 국회의원)은 96년 5월 10일자 남해신문 창간 6주년 기념사에서 “남해신문은 정론지의 사명을 다했을 뿐 아니라 향토지의 역할도 충실히 해왔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정동우 동아일보 사회부장은 “김두관 장관은 남해군수 당선과 상관없이 인사, 편집 등 남해신문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취재결과 확인됐다. 또 가장 근본적 근거인 등기부등본에도 대표이사로 등재돼 있었다”며 “동아일보 보도는 남해신문 자체가 아니라 김 장관이 군수 시절 남해신문을 이용한 것을 비판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