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주총은 2002년 경영실적 보고 이외에 임기가 만료된 김재호 현영원 이사, 민현식 윤양중 감사를 재선임하는 선에서 끝났다. 김학준 대표이사 사장이 유임되는 등 ‘현체제 고수’에 오히려 힘이 실렸다. 회의는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대선 이후 동아에 제기되고 있는 안팎의 비판과 지적에 대한 고민이나 토론은 없었다. 윤영찬 노조위원장이 참석해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변화하는 동아를 기대한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것이 ‘변화’에 대한 유일한 언급이었다.
주총에서 이렇다할 결정사항이 나오지 않자 편집국 기자들은 실망하는 분위기다. 뭔가 변화를 모색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한 기자는 “내부 분위기를 고려할 때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동안 김학준 사장의 거취에 대해서는 유임설과 교체설이 비등했다.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사장에 대한 외부인사 영입이 점쳐지기도 했으나 결국 김 사장은 이날 주총에서 사실상 재신임을 받았다. 윤영섭 비서팀장은 “김 사장과 어 국장 모두 임기가 남아있어 교체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로써 동아는 김학준 사장 어경택 편집국장 체제로 계속 유지되게 됐다.
이러한 경영진의 결정은 동아에 대한 변화의 욕구가 사내외적으로 높은 상태에서 경영진이나 편집국장을 섣불리 교체할 경우 기자들과 언론계의 지적과 비판을 수용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편집국 한 기자는 “기존 체제를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자존심과 변화의 기로에서 자존심을 선택했기 때문”이라며 “‘바뀌어야 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자존심만 내세우면 변화는 물건너간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