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에는 매주 목요일마다 시선을 붙잡는 ‘그림’이 하나씩 실리고 있다. 만평을 그리는 손문상 화백이 지난 2월 20일부터 ‘그림 만인보’를 연재하고 있기 때문. ‘그림 만인보’는 손 화백이 관련 그림과 글을 통해 한 인물을 소개하는, 새로운 형식의 작품이다.
‘‘딱지’ 붙은 사나이 배달호’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여성’보다 ‘성공한’ 대변인 박선숙’ ‘‘풀뿌리 스타’ 김두관’ 등을 만인보에 담았다. 그림과 함께 실리는 손 화백의 글도 인상적이다.
고 배달호씨를 다룬 작품의 경우 “박용성 회장 안녕하시오. 나 배달호요”로 시작하는 글은 “당신이 앉아있는 그 안락한 의자, 오늘 당신의 배를 불려준 음식…. 그 모든 것들은 나 배달호와, 또다른 배달호들의 땀으로 만들어진다오. 제발 그 땀들이 분노의 피로 바뀌지 않도록 이제는 배달호를 놓아주시오”라고 끝맺는다.
박선숙 전 청와대 대변인에게는 “당신의 이름은 정치권 뒷전으로 사라질 지 모르지만 당신의 미소와 함께 건네진 ‘박선숙표 넥타이’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는 인사말을, 김두관 행자부 장관은 “이제 한번 뛰어 넘어 보는 거야! ‘관행과 담합’의 썩고 고인 물로…. ‘첨벙!!’ 그 물을 뒤엎는 거야!”라는 기대를 전하기도 했다.
만인보는 “평소 매일매일 하나씩 그림을 그리는 일에 대해 ‘호흡이 짧다’는 아쉬움을 가져왔다”는 손 화백의 고민이 낳은 새로운 시도였다. 때마침 만화면에 연재 중이었던 다른 화백의 만화가 중단되면서 기회가 주어졌고, ‘사람 얘기, 그림에 길지 않은 글’이라는 어렴풋한 구상만을 가지고 덜컥 연재를 시작해버렸다. 그래도 내친 발걸음이 헛나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부산일보 사이트의 만평 게시판에는 벌써부터 “부산일보에서 손 화백님께 일을 더 주시는군요. 인재를 쓸 줄 아는군요” “‘그림 만인보’를 보면 손 화백님의 당당한 기개가 뛰어난 그림 솜씨와 함께 마음에 확 다가옵니다” 등의 글들이 올라와 있다.
손 화백은 “연재 초기지만 반응이 좋아 다행스럽다”며 “그림을 그리는 것만큼이나 인물 선정과 글쓰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