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전국 검사들의 대화는 실로 파격이고 충격이었다. 우리의 헌정사상 최초로 마련된 자리라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청와대와 검찰조직 간의 본질적인 불신을 재확인한 자리였다. 언론은 부적절한 어휘 선택을 문제 삼거나, 자기주장만 펼치는 잘못된 토론자세를 중점적으로 짚었다.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된 검사와의 대화는 상당수 국민들에게 상당한 우려를 던져주었다. 정권이 바뀌거나 격변기 때마다 스스로의 개혁과 반성을 외쳐온 검찰의 보수성이 그대로 드러났다.
평검사들은 이번에 그들의 인사권자를 피의자 심문하듯 깔아뭉개는 수완을 발휘했다. 이 정도이면 그 고위층은 어떨까 하는 궁금증도 생긴다. 최고 권력기관의 오만함과 방자함이 여지없이 노출되면서 ‘무서운 검찰’의 위상을 각인시켰다.
노 대통령이 이날 검사들의 발언을 문제삼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당초 예정보다 늦어지긴 했지만 검찰 지도부 인사도 수순을 밟아나갔다. 그래서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로 개혁의 첫 단추를 꿰었던 과거 정권의 방식을 변형시킨 정치쇼라는 말이 나온다. 서로의 대화가 뻔히 평행선을 그을 상황에서 과연 무엇을 기대했을까 하는 점을 의문으로 꼽는다. 검찰총장이 곧바로 사의를 표명하면서 이런 결과물을 노리지 않았을까 분석하기도 한다.
이번 이벤트는 향후 유사한 문제가 생겼을 경우 청와대가 ‘직소민원실’로 전락할 우려를 던져주고 있다. 노 대통령이 직접 평검사들과 토론에 나선 점은 신선한 발상일 수 있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격의 없는 대화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권위주의를 타파하려는 의지도 보인다.
그러나 향후 일선 공무원들은 물론 각 부처의 장관까지도 유명무실하게 만들어 입지를 좁힐 가능성을 던진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과 직접 만나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늘 것이기 때문이다. 노조 합법화를 외쳐온 공무원직장협의회, 수사권 부여를 요구하는 경찰, 소방청 신설을 염원하는 소방조직…. 숱한 난제를 안은 공무원조직과 이익단체, 시민단체들이 면담 요구를 할 경우 어떻게 처리할 지 관심거리다.
상당수 일선 공무원들은 이번 대화가 행정절차 또는 법절차를 무시한 문제해결 방식의 나쁜 선례가 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수사권을 가진 검사들은 만나고 힘없고 배경없는 조직은 배척할 경우 생길 반발심리도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