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보도와 관련 언론이 전 세계적인 반전 요구나 국익을 둘러싼 철저한 검증·분석 없이 개전 전망을 앞세우는 보도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미국의 침공계획 강행에 대한 미국 내 또는 국제사회의 비판이나 반전 요구를 다루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언론 보도에 ‘반전’이 중심에 놓이지는 못했다. 실제로 지난달 중순경부터 지금까지 이라크전 관련 주요기사는 ‘미, 이라크 공격루트 변경 검토’ ‘이라크 공격 내달 초로 늦출 수도’ ‘미 결의안 포기…1주일내 공격’ ‘미, 이라크 단독공격 나설 듯’ ‘이라크전 이달 중순경 개전’ 등 제목도 비슷비슷한 ‘전쟁 초읽기’ 기사가 전면에 부각됐다. 몇몇 신문은 사설을 통한 입장 표명에도 인색했다.
지난 2월부터 이달 18일 미국이 대이라크 선전포고를 하기 전까지 사설을 통해 ‘이라크전 반대’ ‘이라크전 파병 반대’ 입장을 밝힌 신문사는 한겨레 경향신문 대한매일 세계일보 정도에 그쳤다. 이들 신문들은 “미국의 명분 없는 전쟁에 반대하며 국제사회의 반전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은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조선일보가 지난 14일자에 “미국과 영국이 목표로 하는 3월중 개전이라는 일정을 감안할 때 시간적인 제약은 있겠지만, 미국은 마지막 순간까지 세계를 설득하는 외교적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 정도다.
이같은 양상은 이라크전이 경제상황 등 국익에 미칠 영향과 분석, 그에 따라 정부가 취해야 할 입장 등 ‘우리 사회’를 중심에 둔 접근에도 취약한 모습을 드러냈다. 일례로 정부의 이라크전 파병 방침과 관련 대부분의 언론은 ‘공병 500명 이라크전 파병’(세계) ‘“동맹 이상없다” 미에 손짓’(중앙) ‘공병대 500~600명 파병추진’(동아) 등 내용을 단순 보도하거나 지원규모 지원방식 등을 짚는 데 그쳤다.
반전 요구 역시 수차례에 걸쳐 보도된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 국제면 기사에 머물렀다. 지난달 15일 우리나라를 비롯, 많게는 전 세계 100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된 반전·평화 시위에 대해 대부분의 신문은 이를 국제면 기사로 처리했다. 중앙일보와 한겨레만이 1면에 기사를 게재했을 뿐이다. 관련 사설을 게재한 신문은 경향신문 국민일보 대한매일 세계일보 한국일보 한겨레 등이었다.
여야 의원 4명이 이라크로 출국해반전활동을 벌인 것에 대해서도 언론의 ‘대우’는 비슷했다. 몇몇 신문이 현지기고를 받기도 했으나 의원 출국 전후 언론은 반전취지와 활동보다는 ‘이라크 방문 의원에 쓴소리’(국민) ‘여야의원 4명 출국/여 “국익 도움안돼, 문책할 것”’(조선) ‘의원 4명 이라크 반전활동 논란’(문화) 등 정치권 내 비난과 징계 논란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북핵 문제로 한미 공조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에서 여야 의원 4명이 이라크에서 반전활동을 벌이겠다며 출국한 것은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