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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기념관, 조선일보 윤전기 철거키로

김상철 기자  2003.03.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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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기념관에 전시된 조선일보 윤전기가 철거된다. 독립기념관 이사회(이사장 윤경빈 전 광복회장)는 지난 17일 정기이사회를 열고 제6전시관 항일사회문화전시관에 전시한 조선일보 윤전기를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이사회에서 조선일보 윤전기 철거 문제는 지난해 업무보고와 결산보고, 올해 주요사업 설명과 예산안 처리에 이어 세 번째 부의안건으로 상정됐다. 조선일보 윤전기 철거 안건과 관련 독립기념관측은 윤전기 수집 경위, 전시경위, 조아세 철거요구 경위, 법원의 윤전기 전시금지 가처분 신청 기각 내용 등을 보고했다. 논의과정에서 한 참석이사가 해당시기 조선일보의 친일행적을 기록해 낭독하는 등 윤전기 전시 경위에 대한 이사진들의 질책이 있었으며 철거에 대한 반대의견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사회는 또 미국 하와이 ‘대한인국민회’가 지난 1910년경부터 항일운동에 사용한 윤전기를 대신 전시하기로 결정했다.

이사회에는 15명의 이사 가운데 윤 이사장을 비롯해 김우전 광복회장, 서영훈 전 국무총리, 심재권 민주당 의원, 함석재 자민련 의원, 김삼웅 전 대한매일 주필 등 11명이 참석했으며 한나라당 강신성일 의원은 의결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했다. 이에 앞서 ‘생활정치 네트워크 국민의 힘’과 ‘조선일보 없는 아름다운 세상’ 회원 200여명은 지난 1일 “조선일보가 친일보도에 열중하던 시절 신문을 찍어내던 윤전기를 독립기념관에 전시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철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한편 조선일보가 18일자 관련기사에서 “대부분의 이사들은 조선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날 윤전기 철거 여부가 안건인 줄 모르고 참석했다고 말했다”는 내용과 관련 이사회에 참석했던 김삼웅 전 대한매일 주필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김 전 주필은 “지난해 업무·결산보고, 올해 활동계획·예산안과 함께 조선일보 윤전기 문제를 안건으로 상정한 회의안건 책자가 이사회 개최 일주일 전에 이미 이사들에게 발송됐다”고 밝혔다. 김 전 주필은 또 “책자에는 ‘윤전기 안건’에 대해 2페이지에 걸친 경위 설명이 첨부되어 있었으며 이에 따라 이사들의 논의가 있었던 것이지 예정에 없이 전격 처리한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조선일보는 18일 “이 윤전기는 독립운동가 만해 한용운의 연재 소설 등 한민족에게 민족의식과 독립의식을 일깨워주던 신문을 인쇄하다가,조선총독부에 의해 강제 매각됐던 역사적인 연고를 가진 윤전기”라며 “이번 철거는 독립기념관이 일부 시민운동단체가 새 정치세력의 등장을 계기로 주장한 일방적인 내용만을 수용한 정치적인 철거”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