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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에 대한 3가지 풍경-

대구MBC "서울 낙하산 사장 못 받겠다"

서정은 기자  2003.03.19 14: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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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신임사장 출근저지…간부들은 보직사퇴서 제출





대구MBC 사장 선임과 관련 대구MBC 노조가 “낙하산 사장을 반대한다”며 출근 저지 투쟁에 나서고 간부들도 보직 사퇴서를 제출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MBC가 지난 12일 계열사 주총에서 김종오 MBC 보도본부장을 신임 대구MBC 사장으로 선임하자 대구MBC 노조는 ‘낙하산 사장 거부 전면 투쟁’을 선포하고 지난 13일부터 사내 로비에서 출근 저지를 위한 집단 농성을 벌이고 있다. 국·부장단 20명도 이날 전원 보직사퇴서를 제출, “지방MBC의 비전을 담보할 수 없는 낙하산 사장, 철새 사장을 거부한다”며 투쟁에 동참했다.

대구MBC 신철윤 노조위원장은 “서울MBC가 사장 선임시 대구MBC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일방적으로 주총을 개최한 만큼 낙하산 사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사장 후보 공개 추천, 인선위원회 구성 등 투명하고 민주적인 사장 선임 절차를 마련할 때까지 출근저지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대구MBC 보도국 한 간부는 “지방MBC 사장은 기본적으로 지방을 알고 애정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며 “MBC 대주주인 방문진은 사내 추천이라는 민주적 절차를 통해 사장을 선임했다. 그런데 지방MBC의 대주주인 MBC가 일방적으로 지방MBC 사장 7명 전원을 자사 출신 낙하산으로 선임한 것은 상식과 논리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들도 대구MBC 노조를 지지하며 사장 재선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구경실련, 대구참여연대, 대구환경운동연합 등은 지난 13일 성명을 내고 “낙하산 사장 임명은 방송사 구성원들의 방송민주화 투쟁과 언론개혁 노력을 스스로 평가절하하고 공영방송과 지역언론으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부정하는 일”이라며 “MBC는 대구MBC 사장 임명을 즉각 취소하고 합리적 기준과 민주적 절차에 따라 재선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대구MBC 노조는 이긍희 사장이 최근 MBC 사장으로 선임되면서 1년만에 사장이 바뀌게 되자 “지역 여론과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공개적이고 객관적인 방식으로 사장을 선임할 것”을 요구하며 지난 10일 주총장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MBC측은 “사전에 협의하겠다. 일방적으로 주총을 열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나 이틀 뒤인 지난 12일 주총을 속개해 김종오 보도본부장을 사장으로 선임했다. 현재 김 사장은 대구에 내려가 있으나 출근은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MBC측은 “대구MBC의 사장 반대 투쟁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지방계열사 사장 인선 방식에 대해서는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정은 기자 punda@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