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지난 11일 창간 4주년에 맞춰 단행된 신문 디자인 개편이 편집국을 배제한 채 오필승 전무와 디자이너 알란찬의 주도로 이뤄진 데서 출발했다. 새로운 버전의 ‘만화식 편집’이 본격적으로 등장하자 지난 14일 편집부는 ‘편집 변화에 대한 편집부의 입장’이란 성명을 내고 “새로운 버전의 좋고 나쁨에 대한 논의는 뒤로 미루고자 한다”며 “가장 큰 문제는 ‘편집권 독립’이 없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포츠투데이 노조는 같은날 즉각 ‘편집부 입장을 전폭 지지하며’란 노보를 내고 “오필승 전무는 새 편집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실무진인 편집부와 형식적인 협의 과정만 거쳤을 뿐 독단적으로 모든 일을 진행했다”며 ‘회사의 일방통행식 신문제작’을 비난했다. 사전 논의 없이 지난달 28일 새 디자인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이후에도 형식적인 자리만 가졌을 뿐 편집국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노조는 또 오 전무가 편집국장에게 전달한 ‘편집 지침’이 담긴 메모장을 공개했다.(사진) 메모장에는 ‘체육면 Top 글자 모두 금적 입체그림자로’ ‘다이알로그 풍선 안에 바탕색을 Y로 통일’ ‘Todayjapan Box 돋보이고 사진 크게, 사진 위주 편집 요망’ ‘1면 인덱스 알란찬 버전으로’ ‘뉴스투데이 브리핑 박스 색처리 가운데 박스도 색처리’ 등이 적혀있다.
오 전무에 대한 퇴진 요구는 16일 편집부 2차 성명, 17일 취재부 차장단 성명, 18일 공채 1·2기 성명으로 이어지면서 거세지고 있다. 취재부 차장단은 “편집국과 무관한 인쇄인이 편집국과 사전 상의없이 편집방향을 결정했다는 사실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공채 1·2기는 “회사의 독단과 기만이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지난 14일부터 매일 오전 11시 편집국에서 기자 총회를 열고 있다.
이와 관련, 유재준 사장은 “지면개편과정에서 편집국과의 논의가 충분하지 않았던 점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14일 편집부가 제출한 안을 바탕으로 좀 더 발전된 방향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오 전무의 퇴진 요구에 대해서는 “임원의 임명권은 대주주에게 있다”며 “조희준 회장과 논의할 문제”라고 말했다.
오필승 전무는 “지난해 하반기 회사 경영진과 편집부장 등이 모인 자리에서 알란찬에게 새지면 디자인을 의뢰했고, 프리젠테이션 이후 편집부 차장단과 논의자리를 가졌다”며 “편집부원에게 의견 전달이 잘 안된 것 같다. (편집지침) 메모를 전달한 것은 실수”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