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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이중적 노사관 또 도마 위에

전관석 기자  2003.03.19 14: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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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분규때면 “정부 직접개입 해결” 목청 높이다

두산사태 정부 중재로 해결되자 “자율 훼손” 딴소리





노사분규 사업장의 정부 개입을 보도하는 일부 언론의 이중성에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12일 정부 중재로 타결된 두산사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전한 언론들도 과거 노동쟁의가 극심할 당시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중재를 촉구해왔기 때문이다.

고 배달호씨의 분신자살 후 극단으로 치닫던 두산중공업 사태가 창원 현지를 방문한 권기홍 노동부장관의 적극 중재에 의해 배씨의 분신 63일만인 지난 12일 타결됐다. 사측의 휴업 위협과 창원지법의 시신 퇴거 가처분결정, 그리고 이에 맞선 금속연맹의 ‘결사대’ 파견과 대규모 연대파업 예고 등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분위기에서 나온 극적 타결이었다.

그러나 이튿날 이 사건을 다룬 일부 언론은 정부중재에 이은 노사타결에 대해 비판의 입장을 나타냈다. 동아는 13일 사설 ‘두산중 분규타결, 나쁜 선례 남겼다’에서 “노사분규는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원칙이다. 대형사업장 분규에서 장관 또는 그 이상이 중재에 나설때까지 노사가 버티는 관행을 만드는 계기가 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조선도 사설을 통해 “노조는 분규 때마다 노동부 장관의 직접 개입을 기다리고 그때마다 장관이 노조 쪽에 유리한 중재안을 내놓는다면 직접적 대화 당사자인 회사는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중앙은 ‘우려되는 장관의 분규 개입’이라는 사설을 통해 “노사 자체의 해결노력이 훼손된다”고 밝혔으며 한국도 “좋은 선례라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이들 언론이 그동안의 분규나 파업 당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중재”를 주장해 온 것을 살펴보면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 동아는 항공사 노조파업이 가시화됐던 지난 2001년 6월 14일자 사설 “이 지경까지 정부는 뭐했나”에서 “그동안 대화의 장을 마련하지 않고 대립의 구도로만 상황을 본 것은 정부의 사태해결 노력이 미진했음을 보여준다”며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정부가 한 일은 도대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한국은 보건의료노조의 파업이 한창이던 지난 2002년 9월 28일 사설 “지금껏 방관하다시피 해온 노동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파업장기화의 피해를 줄여야 할 것이다”와 민주노총이총파업을 선언한 지난 2000년 5월 31일 사설 “정부도 파업에 임박해서야 대책수립에 허둥대는 구태를 버리고 미리 적극적으로 대화와 대안 마련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했다.

조선은 장기파업과 직장폐쇄 등 두산중공업과 양상이 비슷했던 지난 94년 현대중공업사태 당시 사설을 통해 “자율해결을 기다려온 노동부는 시간만 낭비했을 뿐 문제의 핵심을 적극 취하지 않았다” “이번 사태는 구조적으로 노사차원에서 자율 해결되기가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현중사태가 결국 경찰력에 의한 강제해산으로 끝을 맺자 중앙은 4월 30일 사설에서 “현중이외에 다른 사업장에서도 노동당국이 그 어떤 조정이나 중재노력을 제대로 기울이지 않고 있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분규사업장에 대한 정부 중재의 불가피성을 역설하던 언론이 노동부 장관의 현지 중재로 분규가 타결에 이르자 타결의 의미를 짚기는 커녕 정부개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이중적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전관석 기자 sherpa@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