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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일본 언론 이라크전 보도 논쟁은 '뜨겁게' 정보는 '충실하게'

서정은 기자  2003.03.19 14:2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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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통해 입장 분명하게 밝혀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과 관련 독일과 일본 언론들은 보수와 진보라는 신문 성향에 따라 전쟁 지지와 반전으로 양분돼 있지만 객관적인 정보 제공, 분석기사 논평 사설 등을 통해 활발한 논쟁을 벌이고 나아가 국익 관점에서의 실익 분석, 국제사회의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까지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심영섭(베를린자유대 언론정책 박사과정)·이홍천(게이오대 정치커뮤니케이션 박사과정) 통신원이 각각 독일과 일본 언론의 보도 태도를 전해왔다.

독일과 일본 언론들은 미국이 왜 이라크 전쟁을 수행하려고 하는지를 분석하면서 논평과 사설 등을 통해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라크의 전쟁 수행 능력 △이라크 사찰 안보리 결의 위반 △국제분쟁과 관련한 UN의 역할 등 이라크전 주요 쟁점에 대한 정보를 충실하게 전달하면서 국민들의 합리적 토론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전쟁 참여 문제와 관련해서는 사설을 통해 찬반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는 것도 눈에 띤다. 우리 언론이 파병, 반전시위 등 이라크전 쟁점에 대해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디 타게스짜이퉁, 노이에스 도이췰란트 등 독일의 진보성향 일간지들은 이라크 전쟁을 “명분없는 파괴전쟁”으로 규정, “미국이 국제연합의 권위와 존재 이유마저 부정하고 단독으로 전쟁을 수행하는 것은 오만하고 무모한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다. 반면 보수성향인 디벨트,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짜이퉁은 “후세인을 제거함으로써 항구적인 평화를 이뤄내고 알카에다 등 테러조직의 배후근거를 없애야 한다”며 “이라크 전쟁을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아사히신문과 마이니치신문은 미국의 단독 공격을 반대하면서 유엔의 결의가 있다고 해도 전쟁을 반대하는 여론을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반면 요미우리신문과 산케이신문은 일미 안보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아사히신문의 경우 올해 들어 미국의 단독 공격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사설을 12건이나 게재했다. ‘유럽 여론에 귀 기울여라’(1.18) ‘급하게 서두를 일 아니다’(1.29) ‘미국은 고립의 우를 알아야’(3.13) 등이다. 마이니치 신문도 4건의 사설을 통해 미국의 단독 행동 반대, 이라크 정세에 대한 현실 직시, 반전 여론 존중 등을 주장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부시 연설 이라크에 밝히는 결연한 의지’(1.30) ‘이라크 사찰 단발적인 협력 신용할 수 있나’(2.16) 등의 사설을 통해 미국과 영국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으며 특히 ‘이라크 문제 일본 국익을 지키는 시점을 잊지 말아야’(3.14) 사설에서는 “비난받아야 하는 것은 이라크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라크 문제는 핵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북한에게도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도 함께 주문하고 있다. 산케이신문도 ‘이라크 문제 독재자를 돕는 반전주의’(2.20) ‘유엔 결의안 정부는 앞서서 지지 성명을’(2.26) ‘반전으로는 위협 막을 수 없다’(3.15) 등의 사설을 게재했다.

독일 언론 역시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제시까지 나아가고 있다. 진보성향의 주간신문인 디 짜이트는 “이라크에서 후세인이 제거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제 사회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국제연합을 중심으로 합의를 찾아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은 진보적 일간지인 쥐드도이체 짜이퉁과 프랑크푸르트 룬트샤우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이라크 외에도 환경문제, 밀입국, 북한 핵개발, 내전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은데 미국은 강자의 논리를 내세워 자신들의 목적만을 달성하려 한다”고 비난하며 “국제연합의 평화적인 방법을 통한 장기적인 문제해결 방식을 대다수의 회원국가들이 지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과 독일의 이라크전에 대한 보도태도는 객관적인 정보와 분석, 사설을 통한 입장 표명, 대안 제시 등으로 요약된다. 반면 국내 언론은 한겨레 대한매일 경향 등이 3∼4차례 사설을 통해 미국의 침공 계획이나 파병 문제를 반대하는 입장을 밝힌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1∼2건 정도, 그것도 국익 관점에서의 분석이나 대안 제시보다는 입장이 분명치 않은 사설을 게재했을 뿐이다.

서정은 기자 punda@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