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 28주년인 지난 17일 위원들은 아침 일찍부터 광화문 동아일보 사옥앞으로 모였다. 동아투위 결성 이후 처음으로 동아일보사 앞 1인 릴레이시위가 계획돼 있기 때문이다.
오전 10시경 약 30분 가량 1인시위를 벌인 한나라당 이부영 의원이 동아투위 조성숙 위원장에게 피켓을 넘겼다.(사진) 피켓에는 “동아일보는 3·17 대학살을 사죄하고 원상회복하라!”는 구호가 적혀있었다. 위원들은 지난 75년 3월 17일 새벽에 일어난 강제해직사태를 ‘학살’로 표현하고 있었다. 조 위원장에 이어 성유보 정동일 문영희 의원들이 이어받은 릴레이 일인시위는 오후 3시까지 계속됐다.
매년 봄이면 동아투위 기념식과 함께 원상복직 및 사과요구가 계속됐지만 동아의 침묵 역시 28년간 계속됐다. 거리로 내몰리며 이들이 외쳤던 ‘언론자유’의 함성은 28년동안이나 메아리가 없는 것이다. 그동안 투위 위원 중 안종필 김인한 등 10명의 위원이 명을 달리했으며 햇병아리 기자시절 쫓겨났던 위원이 환갑을 앞두고 있다.
이들의 주장 역시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3·17사태에 대한 진상을 밝히고 사과할 것 △10·24정신으로 돌아가 참언론으로 돌아갈 것 △동아투위를 국가 차원에서 평가하고 대책을 세울 것 등이다.
동아투위는 이날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동아는 언론일념으로 매진했던 귀중한 인적 자원의 상실과 더불어 그들이 표방했던 10·24 정신도 함께 매몰시킨 지금 수구의 3류 지면으로 전락해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정론지의 명성을 되찾는 길은 ‘동아투위’ 문제를 해결하고 과거의 잘못을 솔직히 시인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동아투위는 아울러 언론개혁 의지를 밝혀온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 문제해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투위는 “언론개혁을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과거 군사독재정권의 언론탄압에 항거하다 해직된 언론인에 대한 문제해결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노무현 정부는 ‘동아투위’ 문제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진실규명과 그에 대한 응분의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저녁 열린 기념식에서 위원들은 동아일보 ‘후배’들에 대한 애정어린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조성숙 위원장은 기념사에서 “지금 동아일보는 질적 양적 추락속에 있다. 한때 자유언론의 터전으로 몸담고 일해왔던 우리로서는 안타까울 뿐이다”면서“이제라도 동아투위 문제를 해결하고 과거의 잘못을 겸허하게 독자 앞에 사죄함으로써 새로 거듭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이러한 자세가 갖춰질 때 우리는 동아의 재생을 위해 흔쾌히 함께 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한편 이날 동아 사회부 수습기자들이 1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위원들을 취재하기도 했으나 이튿날 ‘선배들의 투쟁’을 다룬 기사는 보도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