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필자가 최근까지 취재했던 국방부의 공보 관계자와 나눈 얘기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달에 정부 각 부처의 신문 가판 구독을 금지시키겠다고 밝힌 직후다.
기자: 가판을 보지 말라는 지시에 국방부는 어떻게 할거죠?
공보 관계자: 정보가 생명인 군에서 가판을 안 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대로 하자니 눈치가 보이고….
기자: 가판 구독을 끊으면 어떻게 되죠?
공보 관계자: 최근 북한은 어느 신문의 가판 오보를 보고 즉각 성명서까지 내고 펄쩍 뛰었는데 이제는 북한이 우리보다 먼저 국내 정보를 입수하게 생겼어요.
국방부는 무리수라는 점을 잘 알고서도 결국 보름이 지난 뒤에 가판 구독을 중단했다. 노 대통령은 정부 관리들이 기사를 고쳐달라거나 빼달라고 부탁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을 강조하기 위해 가판 금지를 천명한 것으로 이해한다. 왜곡된 홍보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나무랄 기자나 국민은 없다. 문제는 해결 방법에 있다. 정부 인사들이 언론에 당당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양측의 ‘관계’를 바로 세우는데서 풀어가야 할 문제다. 가판 구독 여부는 어디까지나 해당 부처에 맡겼어야 할 일이다.
노무현 정부의 언론정책에 의아심이 든 것은 이 뿐이 아니다. 최근 문화관광부는 직원들로 하여금 공보관에게 취재 내용 등을 즉시 통보하도록 했다. 사무실 방문 취재도 원칙적으로 차단했다. 앞으로 언론사는 브리핑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 국민의 알권리는 위축될 위기에 처했다.
우리 사회의 의사 결정은 대부분 ‘비공식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이뤄진다. 정부의 주요 회의나 기업의 이사회에는 으레 ‘보이지 않는 배경’이 숨어 있다. 정부가 인터넷에 모든 결정을 공개하더라도 국민은 여전히 소외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보는 ‘비대칭적’인 속성을 갖기 때문에 국민은 언론을 통해 균형을 맞추려는 욕구를 느끼게 된다.
정부와 언론은 적절한 ‘긴장 관계’를 유지해야 하지만 새 정부 출범부터 ‘갈등 관계’로 변질되고 있다. 정부는 신문과 방송사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건전한 시장을 조성하는데 힘을 쏟기를 바란다. 그리고 소비자들의 올바른 선택을 통해 언론개혁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도록 미디어 교육에 과감히 투자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