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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화' 없어야 좋은 기사 나와"

평화운동가 틱낫한 스님 한국기자들에 조언

인터뷰  2003.03.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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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이 마음에 두려움과 화를 키우면 그 화가 기사에 담기게 되고 화가 담긴 기사는 수많은 독자에게 화를 전달해 사회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걸으면서, 호흡하면서 늘 깨어있기를 제안합니다. 그런 식으로 내 안에 담겨 있는 자비의 씨앗에 물을 주면 이해력이 더 깊어지고 상황을 보는 안목도 더 넓어집니다.”

베트남 출신의 승려이자 평화운동가인 틱낫한 스님은 지난 18일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 경쟁을 하다 보면 기자들도 화를 많이 내게 되는데 그 화를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는 주문이 나오자 ‘훌륭한 질문’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스님은 “마음을 잔잔하게 가라앉히면 상황을 제대로 직시하고 이해하게 된다”며 “깊이 성찰하고 이해하면 화나 두려움의 희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저널리스트는 멋지고 훌륭한 직업”이라며 “수행을 하면서 이 일을 한다면 성취감과 기쁨을 많이 얻게 될 것이다. 기자들은 글로써 남북이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것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틱낫한 스님은 ‘한 편의 고통은 곧 다른 편의 고통’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면 그것은 머지않아 다른 형태의 전쟁으로 미국에 되돌아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남한이 북한 동포들에게 자비로운 언어로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은 ‘당신들은 우리 형제이므로 우리가 먼저 어떤 전쟁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과 `북한 동포들을 누군가 공격한다면 그들(북한)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남북한 주민 모두의 가슴에는 형제애라는 씨앗이 깃들어 있기 때문에 그 씨앗에 물을 적절히 줄 수만 있다면 평화를 싹틔울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