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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J 서울총회 이모저모

김태수 김상철 서정은  2001.06.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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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개국 250여명 최대규모



O…이번 IFJ 서울총회는 참가한 언론인들에게 여러 면에서 최고의 대회로 기억될 듯하다.

우선 100여개국에서 대표단 170여명을 포함해 250여명의 언론인들이 참여, 규모 면에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또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 김한길 문화관광부 장관, 고건 서울시장, 최학래 신문협회 회장, 박권상 방송협회 회장 등 정부와 언론관련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관심을 모았다.

총회 진행요원의 경우 영어, 불어, 스페인어, 한국어 동시통역사 40여명 등 총 60여명이 투입돼 행사에 만전을 기했으며, ‘정보화 시대의 저널리즘’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모든 공식 행사가 전세계에 인터넷으로 생중계 됐다.

총회 열기도 대단히 높아 첫날 사전행사로 진행된 여성관련 특별세미나에서부터 예상인원 80명을 뛰어 넘는 150여명이 참석한 것을 비롯, 참가자들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시작되는 ‘회의 강행군’을 무리 없이 소화해냈다.



여성 참가자 40% 최고 기록



O…“언론의 질은 그 나라의 남녀평등의 이행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

이번 서울총회는 여성대회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만큼 세계 여성언론인들이 대거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50여개국 70여명의 대표를 포함해 110여명이 참석, 역대 최고의 여성언론인 참석률을 기록했던 것. 이는 전체 참가자의 40%대에 달하는 수치다.

이처럼 많은 여성들이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여성을 보호하고 제도적인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는 IFJ의 강력한 방침 때문. 실제로 IFJ는 여성 참가율을 높이기 위해 아프리카, 아시아의 일부 국가 대표단에게 총회 참가비 일체를 지원했는가 하면 사전행사로 여성특별회의를 배치했으며, 각국 대표단의 1/3 이상은 여성으로 구성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사전 발송하기도 했다.



한국 결의안 만장일치 통과



O…“찬성하시는 분 손들어 주십시오.” “반대하시는 분 손들어 주십시오.” “반대 없습니다.” “만장일치로 채택됐음을 알려드립니다.”

가장 많은 관심을 집중시킨 것은 무엇보다 14일 오전 채택된 3개의 한국관련 결의문이었다. 참석자들은 사전에 배포된 ‘한국 언론발전을 위한 국제기자연맹 서울총회 결의문’ 등을 검토했으며 의결에 앞서 이세용 아시아지역 집행위원의 제안 설명을 주의 깊게 경청했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도 크리스토퍼 워렌 회장은 “이번 총회는 100여개국에서 참석했다.이들이 대표하는 언론인들은 50만명이 넘는다”며 “3개의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채택됐다는 것은 전세계의 언론인들이 이에 대한 상당한 관심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CBS 노조 ‘파업공연’ 에 열광



O…행사의 또다른 하이라이트를 장식한 것은 14일 있었던 CBS 노조의 ‘파업공연’. 고건 시장이 주최한 공식 만찬이 끝나고 무대에 선 CBS 조합원들은 먼저 10분간 영문으로 자체 제작한 ‘파업 동영상’을 상영했다.

상영이 끝나자 각국의 참가자들은 기립박수를 치며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했고 노래패 ‘소리골’ 공연이 시작되자 분위기는 절정을 이뤘다. 노래패가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동지가’, ‘임을 위한 행진곡’ ‘바위처럼’ 등 4곡을 열창하면서 크리스토퍼 워렌 회장, 린다 폴리 부회장, 에이든 화이트 사무총장을 비롯한 참가자들은 CBS 조합원들과 서로 어깨동무를 하며 무대에 올라섰다.

이날 참석자들은 즉석으로 성금을 시작, 15일 폐막식에 민경중 노조위원장을 초청해 3500달러를 전달했으며 CBS 노조는 ‘방송독립 쟁취·단결투쟁’이 새겨진 머리띠를 나눠줬다.

그리스 대표단은 “CBS 투쟁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즉각 지지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민경중 위원장은 “결국 기자들은 세계 어디서나 똑같은 기자들이라는 연대의식을 실감했다”고 밝혔다.



기협 ‘동아시아 언론포럼’ 제안



O…이번 총회에서 기자협회가 옵저버 자격으로 참여를 추진했던 북한의 조선기자동맹과 중국·베트남기자협회가 결국 불참해 아쉬움을 남겼다. 조선기자동맹과 베트남기자협회는 기자협회의 참가 요청에 특별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중국의 경우 총회에서 IFJ가 콜롬비아, 서아프리카 지역과 함께 언론자유가 위협받고 있는 주요 사례국으로 지목한 것이 불참의 가장 큰 요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기자협회는 총회기간 중 아시아 언론인들의 연대 방안으로 ‘동아시아 언론포럼’ 구성을 이 지역 참가자들과 논의했다. 실제로 대만기자협회측은 구체적인 진전를 위한 협의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총회기간 중 ‘기자 암살’ 비보



O…총회 기간 중 또한명의 기자가 암살 당했다는 비보가 전해졌다. 세르비아의 밀란 판틱 기자가 11일 신문사 앞에서 저격 당했던 것.

다음날인 12일 IFJ 첫 패널토의 주제는 ‘언론인 보호를 위한 행동방안’이었다. 이날 사회를 맡은한스 벨프로크 IFJ 명예감사는 “추모의 이메일 밖에 보낼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 기자는 밀로세비치 독재정권에 항거했던 기자였다. 테러리스트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겠는가”라고 침통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에 따라 IFJ는 12일 기자 암살에 항의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IFJ는 성명을 통해 “잔인한 세르비아 언론인 암살에 항의한다”며 “언론인 암살에 대한 진상조사와 처벌은 선거기간 중 새 정부의 공약사항이었다. 이 사건을 유고정권이 언론인 암살을 멈출 수 있을 것인지를 가늠하는 시험대로 삼아 예의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단체에서도 성차별”



O…이번 총회에 여성대표를 보냈다는 이유로 슬로베니아의 한 언론단체 대표가 사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슬로베니아를 대표해 유일하게 서울을 방문한 네벤카 도블제카씨는 11일 여성관련 특별세미나에서 “내가 서울총회에 참가할 대표로 선출되자 슬로베니아 언론협회장이 사임했다”며 “언론인단체 역시 성차별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도블제카씨는 “협회장은 서울에 가는 것만이 자신의 일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했고, 심지어 여성관련 회의는 중요한 행사가 아니기 때문에 여성을 대표로 보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며 “언론인 사이에서도 차별대우가 존재한다. 여성언론인은 자신의 지위와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언론계의 하멜’



O…기자협회와 전국언론노조는 총회기간 중 10년 전 한국의 언론 민주화 투쟁을 전세계 언론인들에게 전했던 한 인사에게 감사패를 전달하는 뜻깊은 행사를 가졌다. 감사패를 받은 주인공은 네덜란드 언론노조 사무총장이자 IFJ 명예감사인 한스 벨프로크씨.

그는 지난 91년 IFJ 진상조사단의 일원으로 방한해 ‘한국의 언론자유 보고서’라는 책을 출간, 한국의 언론노동운동과 민주화 투쟁 상황을 전세계에 알리는 데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이와 관련 김영모 기자협회 회장은 “국제적으로 한국의 언론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보고서가 제출된 것은 한스 벨프로크 사무총장에 의해서가 처음이었다”며 “그의 보고서가 결국 한국의 언론상황에 대한 국제적인 인식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는 차원에서 보면 ‘언론계의 하멜’로 평가받을 만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족벌언론 비판’ 1인시위 눈길



O…“한국 족벌언론의 현실이부끄럽습니다.”

서울총회가 열린 올림픽파크텔 앞에서는 점심시간마다 전국대학영자지연합(전영기련) 소속 학생들이 언론개혁을 촉구하는 1인 피켓시위를 벌여 참가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족벌언론으로 인해 왜곡·허위 보도가 이뤄지고 있다. 부끄럽다”라는 영문 구호가 담긴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인 학생들은 “각국에서 온 언론인들이 한국의 언론개혁에 큰 관심을 보여줘 기쁘다”고 말했다.

총회 마지막 날에는 피켓시위와 함께 한국의 언론상황을 알리는 전단을 배포하면서 언론개혁을 지지하는 서명을 받기도 했다. 최훈길 전영기련 의장은 “대학 언론인들이 언론개혁을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과, 우리도 언론개혁을 지지하는 IFJ와 연대하겠다는 의사를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태수·김상철·서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