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법 민사25부 이성룡 판사는 지난 2일 국민회의 양성철(전남 구례·곡성) 의원이 3개 언론사를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소송에서 세계일보와 SBS는 각 1000만원, 연합뉴스는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양 의원은 이로써 지난해 9월 이들 언론사를 비롯한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공천헌금 수수 혐의를 1년만에 벗었다. 그동안 정치인들의 언론 상대 소송이 공언으로 그치거나 중도 취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던 관례에 비추어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당시 보도는 국민회의 전남도지부 대변인의 발언에서 비롯됐다. 전남도의회 의원인 허기하 대변인이 출입기자 10여 명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양 의원의 공천헌금 수수설을 전한 게 사건의 발단. 이 가운데 YTN 기자가 같은 회사 검찰 출입기자에게 상황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연합뉴스 정 모 기자도 이를 알게 됐고 광주지검 정 모 검사에게 사실 여부를 문의했다. 정 검사는 "처음 듣는 말"이라고 답변한 뒤 특수부에 사실 확인을 지시했다. 당시 강 모 특수부장은 양 의원에게 돈을 건넸다는 국 모 씨를 소환 조사했으나 "극구 부인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 기자에게 알려 주었다. 정 기자는 이같은 정황을 토대로 기사를 썼다. "광주지검 특수부는 양 의원이 6·4 지방 선거 때 공천 관련, 거액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그러나 검찰은 국씨가 혐의사실을 적극 부인하고 있어 사실확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법원은 "기자의 사실 확인 요청을 받고 비로소 국씨를 조사했으나 공천헌금을 준 사실을 극구 부인해 이를 다시 기자에게 알려줬는데도 마치 검찰에서 혐의를 포착한 것처럼 보도한 것은 명예훼손이 분명하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연합뉴스에서 첫 보도 이후 5시간여 지나 앞선 기사의 "공천헌금 의혹이 사실무근으로 수사종결 계획"이란 취지로 보도한 점을 감안, 배상액을 500만원으로 낮추었다. 반면 세계일보와 SBS에는 '수사종결 계획' 속보가 나간 뒤에도 수사 중인 것으로 보도한 책임을 물어 각각 1000만원의 위자료 지급을 결정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당사자들의 증언 외에 먼저 제보를 받고 취재했다가 기사화하지 않은 조선일보사에 사실 조회를 의뢰한 사실도 밝혀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