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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경쟁보다 '정확성·인권' 중점둬야"

기자협회·언론재단 재난보도 토론회

박주선 기자  2003.03.26 13: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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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현장 보존 우선, 당국 적극적 대처도 필요







언론사가 재난보도를 할 때는 무엇보다 사고현장 보존이 우선돼야 하며 ‘속보경쟁’ 보다는 ‘정확성’이나 ‘인권 보호’ 문제에 더욱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관련기사 6면

지난 20일 기자협회·언론재단 공동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오태동 대구MBC 보도국 기자는 “안전장비가 충분하지 않고 위험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기자들은 사태 파악을 위해 사고현장에 들어가려 한다”며 “회사의 재난보도준칙이 있지만 급박한 현장에선 준칙을 생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성회용 SBS 문화부 차장은 “현장에 가까이 가려는 것은 언론의 기본 속성”이라며 “현장 훼손을 막기 위해서는 보도준칙보다는 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진주 행정자치부 소방국 방호과장은 “기자들이 통제선을 지키지 않아 구조활동에 혼란을 주기도 한다”며 “위험을 무릅쓰고 취재하는 기자정신은 존중하지만 통제선을 지키려는 준법정신도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또 “현행법상 제1통제선 안에는 소방대원만 출입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고 덧붙였다.

현장 보존을 위해선 당국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왔다. 김휴동 KBS 영상취재부 촬영기자는 “소방당국, 경찰, 군인 등의 통제라인이 일정하지 않아 현장 기자들이 곤혹스럽다”며 “당국의 신속한 현장 통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기자는 또 “당국이 사고 내용을 숨기지 말고 신속하게 브리핑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승현 대한매일 논설위원도 “당국이 피해 규모나 원인을 숨기려고 한다는 의심 때문에 현장에 무리하게 들어가려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유가족이 통곡하는 장면을 클로즈업하는 등 언론의 선정 보도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오태동 기자는 “기자들이 유족들을 제 가족처럼 생각하고 보도하면 선정적인 클로즈업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번 대구 참사 보도에서 언론의 인권 침해 사례가 많았다”며 “선진국은 유가족이나 실종자 가족을 취재할 때 원거리 촬영을 하거나 뒷모습만 찍는데 우리 언론은 앞모습을 근접 촬영해 보도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서방 언론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따라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때는 거액의 위자료를 보상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언론 소비자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처벌규정을 강화하는 등 법을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언론 보도의 신속성보다는 정확성, 당국의 체계적인 브리핑 등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창룡 교수는 “재난보도는 신속성보다 정확성이 우선 돼야 하고, 사망자수를 부풀리는 등 추정보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서의동 문화일보 사회2부 기자는 “당국이 재난관리청 등을 통해 재난 공보를 체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권위 있는 취재원이 신속하게 브리핑을 해주면 기자들도 앞서 나가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회용 차장은 “언론사 보도준칙이 시대에 따라 업그레이드 돼야 하고, 기자들의 재난 취재 교육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송해룡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곳곳에 인간의 힘으로 통제가 안되는 위험요소가 생겨나고 있다”며 “언론이 재난만이 아니라 실생활에 노출된 위험을 감시할 수 있도록 언론의 환경감시 기능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주선 기자 su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