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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에 빛날 명사설"

리영희 선생 정연주 주간에 격려편지

전관석 기자  2003.03.26 13: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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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 리영희 선생이 한겨레 정연주 주간 앞으로 친필 격려편지를 전달해 화제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비판한 지난 21일 정 주간의 사설 ‘야만의 시대’를 읽고 간략한 논평을 전달한 것. 군사독재시절 겪은 고문과 투옥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리 선생은 직접 붓을 잡아 흔들리는 글씨로 다음과 같이 전했다.

“논설위원실 정연주씨. 오늘 아침 사설 ‘야만의 시대’는 한국언론사에 어쩌면 ‘是日也放聲大哭’이래 처음의 명 사설로 후세에 길이 빛날 것을 믿소. 한 언론인으로서 그 직업생애에서 그 같은 사설 한번 남기고 물러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영광과 기쁨은 없을 것이오. 한겨레신문도 이 사설로 그 존재이유를 재확인했고 한겨레신문 독자들은 이 ‘야만의 시대’에 한겨레신문 독자임을 그리고 훗날에는 그 독자였음을 두고두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게 되었소. 리영희”

정 주간은 지난 21일 1면에 배치된 사설 ‘야만의 시대’를 통해 “저토록 엄청난 군사력을 사용하면서 무고한 이라크 국민을 죽여야 할 이유가 그 어디에도 없다. 그리고 미국의 이런 야만적 행태에 한국이 가담할 이유는 도대체 없다. 그런데도 미국의 무력 사용과 이라크 침공을 지지하면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외칠 근거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며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정부의 파병계획을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야만의 시대’는 정 주간 퇴임 전 마지막 사설이기도 했다.

리 선생은 지난해 9월에도 경향 김학순 부국장의 칼럼에 대해 격려서신을 보낸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