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우리의 주장] 왜 '아메리칸 앵글'만이 판치는가

우리의 주장  2003.03.26 13:12:25

기사프린트

미국이 일으킨 이라크전쟁이 온 세계에 엄청난 파란과 상식파괴를 초래하고 있다. 선악을 작위적으로 재단하여 스스로 절대자적 오만으로 무장한 부시정권이 자국내 권력영향 범위를 뚫고 거침없이 전세계로 확장하고 있다. 반테러주의 명분 하나로 미국의 전략적 폭격이 온 세계를 휘젓고 다녀도 되는 세상인가.

한국은 미국이 아니다. 미국의 지배와 영향력을 이론 없이 그대로 수용해야하는 속국도 아니다. 하지만 일방적 개전 이후 한국의 주요 신문과 방송이 보여주는 전쟁보도는 미국의 국익에만 충실한 ‘아메리칸 앵글’ 그 자체였다. TV화면 속 카메라는 언제나 전황중심의 실황중계였다.

컴퓨터 그래픽을 동원한 진격과 공습상황 보도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온라인전쟁게임에 다를 바 없다. 귓전을 때리는 생생한 폭발음에 전투기가 공습에 나서는 장면이 반복 상영된다. 첨단무기의 성능시험장인양 쏴대는 쪽의 앵글은 있지만 피격 당해 처참하게 파괴된 바그다드쪽의 앵글은 대하기 힘들다.

좋은 전쟁이란 없다. 대량살육을 내용으로 한 잔악한 전쟁은 2500만 인구 중 절반이 15세 이하 어린이인 가난한 독재국가 이라크에게 치명적인 후유증을 남길 것이다. 언제나 전쟁의 피해자는 가난한자, 정보 소외자, 여성, 아동들이 그 대부분이다.

극동지역의 변방 한반도에서 바라보고 판단해야 하는 이라크전쟁 담론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가. 단지 참전찬성→친미주의→보수우익→반핵반김으로 한패가 나뉘고 반전찬성→반미민족주의→진보좌익→통일지상주의로 그 대칭점에 서는 단순 양극구조가 우리 절체절명의 한반도 담론의 모든 것일 순 없다. 단기전-장기전으로 구분하여 경제적으로 한국 수출입 영향을 따지면서 업종별 희비를 분석해주고 유가 급락만을 고대하는 경제적 실용주의가 우리 속내의 전부일 수도 없다.

여전히 미국은 한반도의 반쪽 북한을 ‘테러지원국’혐의를 두고 있다. 핵 개발 의혹을 둘러싸고 북한 또한 굽힐 줄 모르며 통큰 배짱을 부리고 있다. 이때 “국론분열이다, 해방 후 이념대결의 재판이다” 하면서 획일적인 국론통일을 강요하는 논리 또한 전근대적이며 위험하다. 지금은 한반도담론의 참여주체 각자가 자신의 비전논리를 설명하고 설득하는 합리적 절차가 아쉬운 시국이다. 세계를 독점에 가까운 힘으로 끌고 가고 있는 미국의 비전을 냉철히 분석하면서 한반도의 국익과 전략적 자율성의측면에서 대차대조표를 꾸밀 수 있어야 한다.

바로 그 ‘공론의 장’ 마련이 우리 언론이 해야 할 일이다. 복합적 모순이 중층 혼재된 한반도가 평화적으로 분단모순을 풀기 위해서라도 이번 이라크전쟁을 취재하는 한국 저널리스트들이 보다 확장된 시선과 앵글을 지녀야 한다. 허망한 전쟁을 바라보는 한국 언론의 진지하고 숙성된 인식 틀과 문제의식이 열쇠이다. 그 열쇠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에 둘러싸인 틈새에서 우리 삶의 지평을 그만큼 열어줄 수 있다는 믿음은 변치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