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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는 골치 아프지만 공부는 재미있어"

김상철 기자  2003.03.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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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대 정치대학원 석사 수석졸업

만학 길 걷는 서옥식 전 연합 국장





한때 성균관대 인문학부를 수석 졸업한 개그맨 겸 방송 진행자 정재환씨가 화제에 오른 적이 있었다. 언론계에는 그보다 ‘더 심한’ 만학도가 있다. 서옥식 연합뉴스 전 편집국장이 그 주인공.

서 전 국장은 지난달 14일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석사과정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현재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서 전 국장은 44년생으로 지난 73년 동양통신에서 기자생활을 시작, 방콕특파원 편집국장 논설위원실과 기사심의실 고문을 역임하고 지난 2002년 5월 정년 퇴직했다.

서 전 국장이 만학의 길에 접어들었던 때는 논설위원실 고문으로 있던 지난 2001년. 늦었지만 ‘짬짬이 공부를 해보자’는 생각으로 대학원을 알아봤고, 회사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북한학과에 입학했다. 남북관계나 통일문제는 북한부장을 역임한 바 있는 서 전 국장이 각별히 관심을 가지고 있던 분야였다.

지도교수였던 박상철 교수의 말을 빌면 서 전 국장은 입학 이후 졸업 때까지 ‘정말 열심히 공부한 학생’이다. 박 교수는 “수시로 7층에 있는 교수실로 걸어 올라와 이것저것 물어보곤 했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며 “자기가 알고 있는 내용들도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2년 후, 만학의 결실은 지난달 14일 졸업식을 앞두고 “꼭 참석하셔야 한다”는 학교측 전화로 확인됐다. 졸업생 대표 및 수석졸업자로 상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서 전 국장은 평점 4.5 만점에 4.39라는 성적으로 대학원 전체수석인 최우수학업상을 수상했다.

서 전 국장은 ‘남북한의 통일정책과 통일논의에 대한 비교연구’라는 석사논문을 낸 후 통일정책을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 인사동에서 만난 서 전 국장의 모습은 나이를 빼면 영락없는 학생의 그것이었다. 들고 있는 가방에는 각종 원서, 프린트 자료 등이 가득 차 있었다.

서 전 국장은 “이 나이에 원서 보느라고 골치가 아프다”면서도 “새로운 내용들을 알아 가는 게 아주 재미있다”며 ‘만학의 맛’을 한껏 즐기는 표정이었다. 아울러 ‘통일시대 남남갈등’을 주제로 한 저작을 준비하는 등 통일정책 연구를 계속하겠다는 의욕을 피력했다. 예순의 기자출신 ‘학생’이 기자와 헤어지며 남긴 말은 짤막했다.

“공부가 맘에듭니다”.

김상철 기자 ksoul@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