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언론사 정치부장들은 국내 언론의 이라크전 보도가 대체로 ‘미국 중심적' 시각에 가깝고, 국익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면서 대안을 제시하는데 미흡하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언론사 정치부장들은 이라크전 보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국익에 미칠 영향과 분석, 정부가 취해야 할 입장 등 대안 제시 미흡'(36.8% 14명)을 첫 손에 꼽았다. △철저한 검증·분석없이 개전 전망을 앞세운 보도태도(28.9% 11명) △미국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보도태도(15.8% 6명) △국제사회의 비판이나 반전 여론 전달 미흡(13.2% 5명) 등도 차례로 지적했다. 기타에 답변한 2명의 정치부장 가운데 1명은 ‘생생한 현장취재 기사 부족'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 같은 결과는 본지가 지난 21∼24일 전국 50개 신문·방송사 정치부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라크전 보도 관련 설문조사에서 나타났다. 조사대상은 11개 중앙일간지, 22개 지역일간지, 5개 경제지, 2개 영자지, 연합뉴스, 지상파·케이블 등 7개 방송사, 2개 주간지 등 모두 50개 언론사 정치부장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이 가운데 38개 언론사 정치부장들이 설문에 참여했다.
특히 이번 설문조사에서 전국 언론사 정치부장 10명 중 9명이 국내 언론의 이라크전 보도를 ‘미국 중심적'이라고 평가한 것은 언론의 공정성 문제와 관련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응답자 38명 가운데 30명인 78.9%가 ‘과거에 비해 완화되기는 했지만 대체로 미국 중심적 시각'이라고 답했고, ‘완전히 미국 중심적인 시각'이라는 답변도 13.2%(5명)로 나타났다. 92.1%가 국내 언론의 이라크전 보도를 ‘미국 중심적 시각'에 가깝다고 평가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비교적 공정한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는 의견은 5.3%(2명)에 그쳤고 ‘공정하다기 보다 양비론적 시각'이라는 응답이 2.6%(1명)였다. ‘친이라크적 시각'이라는 답변은 한 명도 없었다.
정치부장들은 또 이라크전을 보도하는 국내 언론의 시각은 언론사별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별로 차이가 있다'(확실히 다르다 18.4%, 다소 다르다 50.0%)는 응답이 68.4%였고 ‘차이가 없다'(별로 없다 28.9%, 거의 없다 2.6%)는 의견은 31.5%였다.
정치부장들은 국내 이라크전 보도의 미국중심적 시각, 대안제시 미흡, 반전 여론 전달 부족, 철저한 검증 미비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면서도 자사의 이라크전 보도 내용과 방향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후한 점수를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사의 이라크전 보도 내용과 방향을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대해 ‘60점 이상'을 준 응답자가 모두 86.8%를 차지했는데 ‘80점 이상'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17명(44.7%), ‘60점 이상'으로 평가한 사람이 15명(39.5%), ‘100점 만점'이라고 응답한 사람도 1명(2.6%) 있었다. 반면 ‘50점 이하'는 3명(7.9%), ‘30점 이하'는 1명(2.6%), 무응답 1명이었다.
이라크전 발발 이후 대통령의 담화내용이나 에너지 절약 시책 등 우리 정부의 대응에 대해서는 42.1%가 적절한 대응이라고 평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비교적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응답이 36.8%(14명), ‘매우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응답이 5.3%였다. ‘그저 그렇다'는 응답도 마찬가지로 42.1%(16명)였고 ‘미숙하게 대응하고 있다'(대체로 미숙하다 13.2%, 완전히 미숙한 대응으로 일관 2.6%)는 답변도 15.8%로 나타났다.
이라크전이 미국의 계획대로 단기간 내에 끝날 것인가에 대해서는 단기전과 장기전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단기전으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조금 많았다. ‘결국 단기전으로 끝난다'는 응답이 47.4%(18명), ‘결국 장기전으로 간다'는 의견이 39.5%(15명)였고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3.2%(5명)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