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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언론 받아쓰기 '급급'…오보 양산

후세인 대통령 사망설, 바스라 함락 등

김상철 기자  2003.03.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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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한겨레 ‘반전보도’ 눈길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관련 국내 언론이 서구언론 보도를 받아쓰는데 급급해 결과적으로 오보를 양산하거나 미군 중심의 전황중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언론은 침공 초기부터 AP, AFP, CNN, 더 타임스 등 서구외신과 워싱턴발 기사로 ‘미군의 파죽지세와 무력한 이라크’라는 양상을 부각시켰다. 이 같은 외신편향은 침공 초기였던 지난 22일자 대부분의 신문이 ‘살았나, 죽었나’ ‘신변에 이상 징후’ 식으로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사망설을 주요하게 처리한 보도태도에서도 잘 나타났다. 사망설은 보도 이틀여만인 지난 24일(이라크 현지시각) 후세인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을 통해 결사항전을 선언하면서 일축됐다.

이라크군의 투항과 바스라 함락 보도는 대표적인 오보사례로 거론됐다. 국내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라크 남부도시인 바스라는 이미 함락됐어야 했다. 22일자 ‘바스라 방위군 8000명 투항…미 지상군 바스라 사실상 함락’(문화) ‘남부도시 바스라 점령’(한국) 보도나 23일자 ‘이라크군 1만명 투항…바스라 함락’(중앙) ‘이라크군 1만여명 집단투항’(경향) 등의 보도가 그러했다. 그러나 바스라에서는 여전히 전투가 진행 중이며, 1만여명에 달했던 투항자 보도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미 중부사령관은 지난 23일 브리핑에서 “미국과 영국군이 확보한 전쟁포로는 1000∼2000명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 25일에는 당사자였던 이라크군 51사단 사단장의 “투항한 적 없다”는 발언이 보도됐다.

‘공화국 수비대, 후세인 포기 징후’(조선) ‘미군 측 포로 너무 많아 고심’(중앙) ‘미 파죽지세 진격/연합군, 이르면 내일 바그다드 입성’(국민) 등의 보도 역시 전황과는 거리가 먼 보도로 판명났다. 지난 25일자 중앙일보와 한국일보는 ‘바스라 함락’ 보도와 관련 “외신을 너무 맹신했다” “외신을 인용한 것이라 하더라도 오보는 오보”라는 자성을 담은 기자칼럼을 게재하기도 했다.

개전 초기 방송 보도는 대부분 CNN 중계에 의존하는 데에서 비롯된 양적 보도경쟁과 컴퓨터그래픽을 동원한 최첨단 무기 소개 등 선정적 접근이 도마에 올랐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은 지난 22일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는데도 언론의 관심은 ‘첨단무기’의 성능에 집중됐다. 방송 3사는 이라크전 보도에서 전쟁의 이면을 균형있게 전달하려는 노력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방송사 기자는 “방송사마다 무리한 경쟁을 하다보니 현란한 그래픽을 남발하고, 자체 아이템이 빈곤해 첨단무기를 소개하는 등 선정적인 보도로 흐르고 있다”며 “정보원의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CNN 등 미국언론 보도를 중계하는데 급급한 국내언론은 결과적으로 미국의 전쟁논리 확산에 일조하는 셈”이라며 “이같은 양상이 계속된다면 스스로 정보예속을 자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한편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함께 몇몇 언론은 반전 보도를 전면화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특히 내일신문은 ‘반전 평화’라는 컷과 함께 ‘반전은 대북 공격 막는 지렛대’ “‘No War’·반전·평화/지구촌, 미국의 이라크 침공 반대시위 절정” 등 전 지면에 걸쳐 반전과 미국 비판에 무게를 실어 보도하고 있다. 한겨레도 ‘전세계 곳곳 반전시위’ ‘미 심장부 반전시위 뜨겁다’ ‘“파병말라” 들끓는 여론’ 등 연일 반전과 파병반대 기사를 1면에 올렸다.

김상철 기자 ksoul@journalist.or.kr